
이대훈. 스포츠동아DB
공동취재구역 안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들어옵니다. 취재진 역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를 앞에 두고는 미소 짓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대훈(20·용인대)의 첫 마디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당함에 20세 청년다운 푸름을 봅니다.
사실 9일(한국시간) 런던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이대훈을 누른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스페인)는 충분히 금메달을 딸 자격이 있었습니다. 압도적인 준결승전을 치렀고, 결승에서도 17-8로 이겼습니다. 이대훈은 챔피언의 발차기에 안면을 강타당해 이미 대표선발전 때 다친 코에서 피를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 형들과의 대결에서 맞으면 맞을수록 더 달려들었다는 이대훈의 ‘싸움닭 기질’은 여전했습니다. 10점 가까이 점수차가 났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졌습니다. 경기 후 이대훈은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7점 차이가 났을 때는 좀 힘들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꼭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레슬링의 전설 박장순(44·삼성생명 감독)은 “1988서울올림픽 때 내가 은메달을 땄기에 더 큰 꿈을 품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4년 뒤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그는 금메달을 목에 겁니다. 이대훈은 “체중감량(8kg) 때문에 내 스타일의 플레이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다. 다음에는 체중을 줄이지 않고 재밌고 화끈한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며 4년 뒤를 기약합니다. 그는 아직 20세입니다. 전광판 시계는 멎었지만, 이대훈의 투혼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금메달의 실제 성분은 90% 이상이 은입니다. 이제 이대훈의 목에 걸린 메달에 도금을 할 날만이 남았습니다.
런던|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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