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노장들 줄줄이 대표팀 은퇴… 탁구의 위기

입력 2012-08-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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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차세대 없어 “고통 참아내고 훈련해도 중국 잡기 쉽지 않은데…”
유남규 감독 근성부족 지적
‘10·11·17 vs 1·2·4’

9일 새벽(한국 시간) 런던 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에서 맞붙은 한국과 중국 남자탁구 대표팀의 세계 랭킹이다. 한국의 주세혁(32) 오상은(35) 유승민(30)과 중국의 장지커(24) 마룽(24) 왕하오(29)의 맞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남자탁구의 투혼은 빛났다. 주세혁은 날카로운 커트로 매 세트 장지커를 괴롭혔다. 유승민은 몸을 날려 마룽의 공을 받고 스매싱을 했다. 보는 이들이 탄성을 지를 정도였다. 수치상으로 0-3 완패였지만 단식 2경기에서 1세트씩을 따냈다. 30대 노장 3총사는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잘 싸웠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 탁구에서 남자 단체전 은메달 1개에 그쳤다. 여자 탁구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탁구가 정식종목이 된 이후 처음으로 노메달에 그쳤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 남자 대표팀 감독은 “단체전 은메달은 한국의 현실에서 거둔 최상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노장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중국을 따라붙으며 200%의 실력을 보여줬다는 거였다.

그러나 유 감독은 “전임 사령탑을 맡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그렇게 할 바엔 짐 싸서 나가라’는 말을 수없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표팀 선수들이 잘 따라준 건 고맙다. 하지만 훈련 기간에는 아쉬웠다. 어디가 아프다거나 힘들다는 말을 하면 화가 났다. 정말 미치도록 탁구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내 욕심이었다.”

런던 올림픽에서 중국은 남녀 탁구 단식과 복식을 석권했다. 한국과의 격차는 더 커졌다. 여기에 한국 남녀 탁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부분 은퇴한다. 세대교체가 절실한 상황이다.

남자는 김민석(20) 서현덕(21) 이상수(22) 정영식(20)이, 여자는 양하은(18)이 차세대 대표로 손꼽힌다. 하지만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여자 탁구는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맏언니 김경아(35)가 은퇴할 나이에도 불구하고 런던 올림픽까지 나서야 했다.

유 감독은 “4년 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숨이 멎을 정도의 고통을 참고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혹독한 트레이닝을 견디고 목표의식을 가져야 중국을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였다.

런던=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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