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1984년의 칼 루이스냐, 2012년의 볼트냐

입력 2012-08-1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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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고 육상제왕은 누구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런던 올림픽에서 과거 칼 루이스(미국)가 유일하게 갖고 있던 육상 남자 100m 올림픽 2연패를 이룬 데 이어 200m 우승으로 100m와 200m를 동시에 2연패한 사상 첫 선수가 되자 둘 중 누가 더 뛰어난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볼트는 200m 우승 후 “루이스는 내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자신이 역대 최고임을 암시했다.

루이스는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100년 올림픽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투표를 통해 ‘금세기 최고의 선수’로 선정한 세계 육상계의 전설이다.

루이스가 위대한 선수로 꼽힌 첫 번째 이유는 100m, 200m를 한 대회에서 우승했기 때문이다. 100m와 200m를 동시에 잘하기는 매우 어렵다. 성봉주 체육과학연구원 실장은 “100m는 폭발적인 근력과 가속능력이 필수지만 200m는 여기에 더해 최고 속도를 유지하는 스피드지구력이 더 요구된다”고 말했다. 200m는 100m에는 없는 곡선질주 기술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100m와 200m를 동시에 제패한 선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육상 4관왕인 미국의 제시 오언스와 루이스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볼트는 두 종목을 2개 대회 연속 제패함으로써 루이스를 뛰어넘었다.

루이스가 100m를 2연패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단거리에서 대회 2연패를 하기 어려운 이유는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하기 때문. 오세진 단거리 대표팀 감독은 “육상 단거리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선수를 육성하는 종목이라 뛰어난 신예들이 매년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단거리는 전성기가 다른 종목에 비해 극히 짧은 것도 2연패를 어렵게 한다. 오 감독은 “스포츠과학의 발전으로 전성기가 연장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24세면 ‘환갑’으로 여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기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데는 잦은 부상도 한 이유다. 이준 전 단거리 대표팀 감독은 “단거리에서 쓰는 근육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강한 근육이라 근육과 뼈에 큰 충격을 준다. 단거리 선수치고 부상 없는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볼트도 2010년 6월 아킬레스건을, 그해 8월엔 선천성 척추측만증이 원인인 허리 부상까지 겹치면서 슬럼프를 겪었고 이를 극복했다.

볼트가 유일하게 루이스에게 뒤지는 것은 루이스가 전무후무할 멀리뛰기 대회 4연패를 이룬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하지만 루이스가 역사상 최고의 육상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단거리 선수로만 제한하면 볼트가 뒤질 게 없다.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수도 단거리 종목으로만 치면 볼트는 루이스와 같은 5개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400m 계주에서 우승한다면 루이스를 넘어선다.

기록으로는 볼트의 압승이다. 루이스는 100m에서 볼트에게 0.3초 가까이 뒤지고 200m에선 0.5초 이상 뒤진다.

100분의 1초를 단축하는 데도 몇 년씩 걸리는 육상 단거리에서 0.1초 이상의 차는 엄청나다. 이 전 감독은 “최근 스포츠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스포츠과학으로 단축할 수 있는 여지는 사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1968년 짐 하인스(미국)가 멕시코시티에서 세운 100m 신기록 9초95를 루이스가 0.03초 단축하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볼트는 아사파 파월이 2007년 세운 9초74를 1년도 안 돼 0.05초 단축했고 2009년엔 이를 다시 0.11초 단축해 9초58을 찍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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