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커쇼 “한국 팬들에게 고맙다”

입력 2012-08-24 11: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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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커쇼. 동아닷컴DB

[동아닷컴]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4)는 당대 최고의 투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쇼는 지난해 21승 5패 탈삼진 248개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투수부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는 또 지난해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와 더불어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도 수상했다. 이로써 커쇼는 한 해에 트리플크라운, 골드글러브 그리고 사이영상을 모두 수상한 메이저리그 최초의 선수가 됐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23세.

커쇼는 아마추어시절 이미 전국구 스타였다. 텍사스 출신인 커쇼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지난 2006년 총 64이닝을 던져 13승 무패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했다. 그는 또 같은 해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퍼펙트게임을 달성하기도 했다.

커쇼는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지명에서 다저스에 1차(전체 7번) 지명돼 프로에 입단했다. 2007년 한 시즌만 마이너리그에서 뛴 커쇼는 2008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입성 후 5승(2008년), 8승(2009년), 13승(2010년)을 거두며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려가던 커쇼는 2011년을 생애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지난해 그는 총 233⅓이닝을 던져 2001년 박찬호(현 한화)가 기록한 234이닝 이후 다저스 투수로는 역대 두 번째 한 시즌 최다 투구이닝 기록을 세우기도.

독실한 감리교 신자인 커쇼는 활발한 선행활동으로도 유명하다. 고교시절 만난 여자친구와 7년 연애 끝에 2010년 12월에 결혼한 커쇼는 그 해 겨울 아프리카를 돕는 기독교 자선단체의 일원으로 아프리카 잠비아를 방문했다. 그 곳에서 잠비아 아이들의 열악한 환경을 목격한 커쇼는 ‘희망의 보금자리’로 명명한 고아원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커쇼는 지난해 부터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서 삼진 1개를 잡을 때 마다 100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 총 49만2300달러(한화 약 6억 원)을 잠비아에 기부했다. 이런 커쇼의 선행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커쇼는 올 시즌에도 11승 7패 평균자책점 2.87, 175탈삼진을 기록(24일 현재)하며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동아닷컴은 커쇼를 한국 언론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클레이튼 커쇼. 동아닷컴DB


다음은 커쇼와의 일문일답.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나쁘지 않다. 좋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인 목표는 전혀 없다. 팀이 많이 이겨 가을에 야구하는 게 목표다.”

-경기 전 칠면조 샌드위치를 먹는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승리하던 날 했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습관이 있다. 칠면조 샌드위치를 먹는 것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미신을 믿지는 않는다. 그저 단순한 습관일 뿐이다.”

-선발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랬다. 하지만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한 개인적인 소망이 아니라 팀을 위한 것이다. 쉽지 않은 목표지만 도전해 보고 싶다. 지난해 33번 선발 등판해 21번 승리했다. 이 것은 내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증거다. 현재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해야 한다.”

-작년 시즌 이야기를 해보자. 트리플크라운 달성과 함께 사이영상까지 받았다. 늦었지만 축하하고 소감을 말해달라.

“고맙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소감이랄 건 없지만 지난해 운이 좋았다고 본다. 트리플크라운 뿐만 아니라 사이영상은 투수에게 더 없이 큰 영광이다. 그런 큰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

-지난 해 눈부신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예년에 비해 제구가 좋았다. 아울러 그 동안 연마한 체인지업이 잘 먹혔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앞으로 더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2008년, 당시 다저스 투수였던 그레그 매덕스나 데릭 로우 같은 대선배들에게 배웠던 투구 기술 등도 큰 도움이 됐다.”

-사이영상 트로피를 잃어버렸다고 들었다.

“(웃으며) 어떻게 알았나? 트로피를 텍사스 집에 가져다 둔 건 기억나는데 그 후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클레이튼 커쇼. 동아닷컴DB


-선발등판하기 전 상대팀 타자를 철저히 분석하기로 유명하다.

“나뿐만 아니라 투수라면 모두 다 하는 일이다.”

-어떤 식으로 분석하는지 말해줄 수 있나.

“물론이다. 상대팀 타자들의 경기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면서 그들의 타격습관이나 타석에서의 위치, 선호하는 구종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 그러면서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졌을까 등을 생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함께 한다.”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한 걸로 안다. 좋아했던 선수나 롤모델은 누구였나?

“다저스의 전설적인 좌완투수 샌디 코팩스였다. 지금까지 위대한 투수는 많았지만 코팩스처럼 투구법에 대해 쉽게 설명한 선수는 없다. 코팩스는 투구시 두 발의 거리나 위치, 힘 조절 그리고 변화구를 던질 때 공에 회전을 주는 방법 등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 놓았다.”

-현역선수 중 좋아하는 투수는 누구인가?

“클리프 리와 로이 할러데이(이상 필라델피아)다. 리는 타자를 어떻게 아웃 시켜야 하는지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특히 마운드 위에서 투구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예술가 같다. 할러데이는 정말이지 꾸준하게 잘 던진다. 그의 꾸준함을 닮고 싶다.”

-조 토리뿐만 아니라 돈 매팅리 같은 명장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있다. 두 감독의 차이점이 있다면?

“둘 다 훌륭한 감독이다. 차이점이라면 토리 감독은 말수가 적고 근엄하며 자신의 속내를 잘 표현하지 않는 전형적인 감독 스타일이다. 그에 반해 매팅리 감독은 선수들과 대화도 자주하고 야구와 관련된 일을 의논하는 등 매우 친근한 스타일이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어느 감독이 더 좋은가?

“노코멘트 하겠다, 하하.”

-얼마 전 다저스의 주인이 바뀌었다. 새 주인 중 한 사람인 매직 존슨을 만나봤나?

“물론이다. 경기장에도 자주 오고 구단 파티에서도 만났지만 (웃으며) 키가 정말 크더라. 성격도 좋고 농담도 잘하는 등 매우 친근한 인물이다.”

-만약 매직 존슨과 1대1 농구를 한다면?

“(손사래 치며) 나는 상대도 안 될 것이다.”

-지난 해 거둔 눈부신 성적 때문에 올 시즌 부담이 많았을 텐데 올해 자신의 성적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그렇게 큰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내 성적은 B나 B- 정도로 만족스럽지 않다. 아직 등판 기회가 여러 번 남아있기 때문에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끝까지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

-아프리카 잠비아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결혼 후 방문한 잠비아에서 목격한 아이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물질이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잠비아에서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만으로도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더라.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야구를 한다는 게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선활동은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이다.”

-비교적 어린 투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 개인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

“메이저리그 통산 다승 부문 타이틀에 도전해 보고 싶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멀리서 응원해 주는 한국 팬들이 있다는 게 놀랍고 그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할 수 있도록 계속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고맙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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