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1990년대 말이나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렇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비용 투자로 활용성은 최대로 높일 수 있는 PC를 장만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며 부품 하나의 정보까지 꼼꼼하게 따지기 마련이었다. 그 와중에 높은 호응을 얻은 업체 중 하나가 바로 AMD였다. AMD의 CPU(중앙처리장치)는 경쟁사인 인텔의 제품에 비하면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쓸만한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 받고있다. 다만, 절대적인 고성능이 중요한 고급형 시장에서 AMD는 인텔에 대적할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고, 최근 들어 PC 시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가 중요한 보급형 시장에서도 인텔에 밀리고 있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에 쓸만한 성능을 제공한다는 AMD 제품의 기본 성향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표적인 제품이라면 역시 'APU'다. AMD의 APU는 중앙처리장치인 CPU와 그래픽처리장치인 GPU를 하나의 칩으로 만든 프로세서로,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화면의 출력이 가능하다. 이는 최근 인텔에서 판매하고 있는 코어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지만, 두 제품은 성향이 많이 다르다. 코어 시리즈에 내장된 GPU가 그래픽카드의 흉내를 내는 수준이라면 APU에 내장된 GPU는 말 그대로 어지간한 그래픽카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3D 게임 성능 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그리고 2012년 10월부터 출시를 시작한 2세대 데스크탑용 APU, 코드명 트리니티(Trinity)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신형 그래픽카드인 라데온 HD 7000시리즈의 중급형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내는 내장 GPU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전 1세대 제품에서 다소 힘이 부족한 느낌이었던 CPU 부분의 성능도 개선해 한층 구매가치를 높였다. 지난 5월에 나온 노트북용 모델의 뒤를 이어 출시된 데스크탑용 2세대 APU, 그중에서도 최상위급에 해당하는 A10-5800K 모델의 면모를 살펴보자.
최신 GPU를 품고 있는 2세대 APU
그리고 특이한 점이라면 각 제품군 내에 오버클러킹(클럭 속도를 임의적으로 기준치 이상으로 높임) 제한을 푼 'K' 모델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다. 1세대 APU에도 K 모델이 일부 있었지만 2세대 APU 부터는 수가 한층 늘어났다. 예를 들어 같은 A10이라도 A10-5700은 오버클러킹이 제한되어 있지만 A10-5800K는 오버클러킹 제한이 없다. 이는 인텔 코어 시리즈의 K모델, 그리고 APU의 상위 제품인 AMD FX 시리즈의 그것과 같다.
물론, 오버클러킹을 하다 잘못하면 PC를 고장 낼 수 있으며, 제조사에서 제한을 풀었다 하더라도 사용자의 노하우가 떨어지거나 냉각 및 전원공급 장치의 성능이 부실하면 오버클러킹에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성능을 얻고자 하는 알뜰파 소비자가 APU의 주 소비자층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이렇게 추가적인 성능 향상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GPU 뿐 아니라 CPU 부분의 성능도 강화
그 외에 2세대 APU는 신형 그래픽카드에 적용된 기술도 다수 포함했다. 특히 하나의 PC에서 최대 4대의 모니터로 화면을 동시 출력할 수 있는 아이피니티(Eyefinity) 기능을 별도의 그래픽카드 추가 없이 APU와 메인보드만 있으면 구현할 수 있다. 또한,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을 보정해 흔들림을 완화하는 스테디 비디오(Steady Video) 기술을 지원하는 것도 눈에 띈다.
하위호환성 면에서는 아쉬움 있어
기존 AMD 제품은 신형 프로세서가 나오더라도 이전 메인보드와 호환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구형 PC 사용자에게 환영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 제품은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다. AMD에서는 신형 APU의 성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1세대 APU용 FM1 규격 메인보드에 FM2 규격 2세대 APU를 꽂으려 시도했으나 핀(접점)의 수와 배열이 맞지 않아 장착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얼마나 나아졌나?
일반인들이 PC의 성능을 가장 확실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고성능 작업이라면 역시 게임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작 게임을 구동해 보며 A10-5800K의 성능을 가늠해봤다. 테스트용 PC는 에이수스의 FM2 규격 메인보드인 F2A85-M PRO에 8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씨게이트의 바라쿠다XT 2TB 하드디스크가 조합된 시스템이다. 그리고 여기에 비교대상으로 1세대 APU인 A8-3850(라데온 HD 6550D GPU 내장) 기반의 PC를 준비해 함께 테스트했다.
디아블로3 테스트
테스트 결과, 1세대 APU 시스템도 30~45 프레임으로 구동되어 무난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었지만, 2세대 APU 시스템은 이보다 한 수위인 40 ~ 60 프레임 내외로 구동, 한층 쾌적했다. 특히, 적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2세대 APU 시스템은 1세대 APU 시스템에 비해 프레임의 등락 폭이 적어 보다 안정적인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블레이드앤소울 테스트
테스트 결과, 1세대 APU 시스템은 15 ~ 20프레임 정도로 구동되었다. 정상적인 플레이를 못 할 수준은 아니지만 쾌적하지는 않았다. 반면, 2세대 APU 시스템은 25 ~ 30프레임을 꾸준히 유지, 완벽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제법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참고로 2세대 APU 시스템에서 그래픽옵션을 2단계 정도로 낮추면 40프레임 내외까지 기대할 수 있지만, 이렇게 하면 그래픽 품질이 크게 저하되어 신작 게임을 하는 기분이 나지 않는다. 물론 어떻게 하느냐는 사용자의 취향에 달렸다.
부담 없이 추천해 줄 수 있는 제품이지만 판매량은 과연?
다만, 아무리 쓸만한 물건이라도 등장하는 타이밍이 좋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소개한 AMD의 데스크탑용 2세대 APU도 그러한 경우 같아서 조금은 안타깝다. 분명 가격에 비해 높은 성능을 제공하고 있지만, PC방에 쓰이기엔 약간 부족한 성능이며, 성능에 관계 없이 무조건 싼 PC만을 원하는 상당수 일반 소비자들의 눈에는 약간 비싸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PC의 보급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5년 정도 전에 이런 컨셉의 제품이 나왔으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누군가 주변에서 새로 데스크탑PC를 장만한다고 한다면 본 기자는 이번에 나온 AMD의 2세대 APU를 부담 없이 추천해 줄 수 있다. 아마 사는 사람도 적절한 가격과 성능에 상당히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이 많이 팔릴 것이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 할 것 같다. AMD 2세대 APU는 충가치가 있는 제품이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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