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화꽃향기’ 동현배 “‘빅뱅 태양의 형’, 꼬리표지만 즐겨야죠!”

입력 2012-11-09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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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동현배. (사진제공=웨이즈컴퍼니)

‘○○의 아내’ ‘○○의 형’

스타의 가족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묘한 감정이 있다. 특히, 스타의 가족이 연예계로 진출할 때는 이득이 되는 경우도,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배우 동현배(29)도 마찬가지다. ‘빅뱅의 멤버 태양의 형’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붙는다. 처음엔 이 꼬리표가 그렇게 싫었다.

본인은 신경 쓰지 않아도 남들의 시선이 달랐기 때문.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수식어를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또한, 그 수식어를 탈피할 생각도 전혀 없고 사람들이 배우로 보길 기다릴 뿐이다.

최근 막을 올린 연극 ‘국화꽃향기’에서 연극배우로 첫 발걸음을 한 배우 동현배(29)를 만났다.


▶ “올해 2월 찾아온 슬럼프…연기로 날 깨고 싶었다”

‘국화꽃향기’의 막은 올라갔고 동현배는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지내고 있다. 무대에서 관객석을 보며 설렜고, 그 무대에 선 자신을 보면 혹시나 ‘틀리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에 두려웠던 것.

“관객석을 보며 에너지를 느끼고 있어요. 학창시절 록밴드 할 때와는 또 다른 무대여서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관객들의 반응이 좋진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그가 연극을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슬럼프 때문. 영화 ‘변신 이야기’ ‘화려하지 않은 고백’ 등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던 그는 올해 2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럼프에 혼란을 겪던 중 ‘국화꽃향기’를 만났다.

“갑자기 연기에 자신이 없어졌어요. 방황하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비로 연극을 만들까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이 저에게 오더라고요.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연극 ‘국화꽃향기’에서 멀티맨을 맡은 동현배는 “주눅 든 자신을 깨고 예전 씩씩한 동현배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선·후배들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들으며 많은 걸 배우고 있다. 대범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 “고등학교 록밴드 시절, G.O.D. 부럽지 않았죠”

동현배가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건 고3때부터이다. 초등학교시절 장래희망란에 ‘탤런트’라고 쓰긴 했지만 단순히 멋져보였기 때문이란다.

“원래는 태권도 선수가 꿈이었는데 부모님께서는 공부를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공부를 하긴 했지만 평범하게 사는 게 싫었어요. 아버지가 지치신 몸으로 퇴근하시는 모습이 그렇게 짠하면서 ‘나도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었죠.”

하지만 장남이기에 부모님의 희망을 꺾을 수 없어 공부를 포기하진 않았지만 학창시절 음악으로 숨기지 못하는 끼를 펼쳤다.

“학교 특별활동시간에 록밴드가 있었어요. 신기하죠? 오디션 볼 때, 남들은 록 부르는데 저만 넥타이를 머리에 메고 김민종 성대모사를 했어요. 오디션은 떨어졌는데 선생님께 간청해서 결국 록밴드에 들어가게 됐죠.”

동현배는 그 때를 추억하며 “그게 내 제1의 전성기”라며 “그 당시, 의정부 일대에서는 록밴드 ‘스케치’의 동현배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팬클럽 회원수가 1800명 정도 됐고 G.O.D 인기가 부럽지 않았다”고 웃었다.

록밴드를 하며 학창시절을 보낸 동현배는 고3때 연극영화학과를 지원했지만 실패를 맛봐야했고 경제학과로 진학을 결정했다. 경제학과를 다니며 1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지만 마지막까지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연극영화학과로 학과를 옮겼다.

“어머니께 ‘정말 이게 마지막이다’라고 단언을 하고 결심을 굳힌 뒤 전과를 했어요. 어머니도 두 눈을 꼭 감고 다시 한번 봐주셨고 덕분에 배우의 길을 걸을 수 있었어요.”


▶ “‘빅뱅 태양의 형’이라는 꼬리표, 정말 떼고 싶었다”

현재 배우의 길을 걷고 있지만 포털사이트에 ‘동현배’를 치면 어김없이 붙는 건 ‘태양(본명 동영배) 형’이라는 수식어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처음엔 이 수식어가 그렇게도 싫었다.

“연예인 가족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일거예요. 떨쳐버리고 싶은 것도,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 동생이 ‘태양’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잖아요. 지금은 그냥 즐기고 있어요.”

태양은 초등학생 6학년때 YG연습생으로 들어가 지금은 ‘빅뱅’이라는 스타가 됐다. 동현배도 YG엔터테인먼트로 갈 욕심은 없었을까.

“빅뱅이 ‘거짓말’로 활동할 때, 저한테 YG에서 포트폴리오를 내보라는 제의가 있었어요. 물론 YG에 가고 싶었죠. 그래도 동생이 왠지 부담이 되고 신경을 쓸 것 같더라고요. 동생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동현배는 “태양은 어렸을 적부터 노래와 춤을 잘 췄다”며 “우린 서로 만날 시간이 적어서 많이 챙겨주질 못해 늘 미안했다”고 말했다.

‘태양의 형’이라는 꼬리표가 과거에는 큰 고민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좋은 자극제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동생은 아이돌스타지만 이미지가 ‘아티스트’잖아요. 동생 앨범 개수가 늘수록, 제 연습량도 늘어나요. 서로 자극을 받고 원동력을 주고받는 거죠.”

“동생과 부모님이 꼭 공연을 보러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동현배는 “지금 영배가 미국에 있다. 생각이 있으면 올 것”이라며 웃었다.

동현배는 앞으로 류승범, 조승우처럼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연기를 하던지, 진실성 있게 연기 하고 싶어요. 내가 슬플 때는 관객들이 슬퍼하고 내가 웃을 땐 관객들도 웃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웨이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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