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수 “‘고지전’때 일찍 죽은 억울함, ‘반창꼬’로 풀어”

입력 2013-01-22 17: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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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창꼬’에서 아내를 잃은 소방관 강일 역을 맡은 고수.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고수(35)는 반응이 느린 남자이다. 하지만 생각은 무척 깊은 배우다. 질문을 하면 골똘히 생각한 뒤 정성껏 답을 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한파로 추워진 겨울,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고수는 테이블에 앉더니 “드시면서 하세요”라며 초콜릿을 기자에게 건네고선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수는 영화 ‘반창꼬’에서 고수는 아내와 사별하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소방관 강일을 맡았다. 그의 전작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집중하고 파고들게끔 하는 역이었다면 ‘반창꼬’에서의 강일은 소소한 일상이야기가 담겨 다소 가벼운 역할이다. 고수는 그런 점에 ‘반창꼬’를 선택했다.

“그 전까지는 한 캐릭터를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가볍게 준비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 힘을 빼고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했어요.”

고수는 전작 ‘고지전’때 있었던 약간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지전’때는 먼저 죽어버려서 사실 좀 억울했어요. (웃음) 전쟁 속에서 억압당하는 군인의 희망이 꺾인 채 죽어버렸거든요. 그런데 ‘반창꼬’ 강일이는 아내를 잃고 희망 없이 살다가 미수라는 여자를 만나 희망을 되찾잖아요. 그 점이 가장 맘에 들었어요.”

배우 고수.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반창꼬’를 전체적으로 본다면 밝은 멜로 영화다. 하지만 고수는 아내를 잃은 슬픈 감정을 계속 안고 가야했다. 극 중 아내에게 끝내 사주지 못한 빨간 의자를 부여잡은 모습을 보고 관객들은 웃었지만 고수는 그 장면에서 울어버렸다.

“밝은 로맨스지만 아내와 사별한 강일의 아픔을 계속 안고 가야했어요. 주위 사람들은 밝지만 강일은 그럴 수 없었어요. 술집에서 빨간 의자에 집착하며 붙들고 있는 장면이 있잖아요. 관객들은 강일에게 그 ‘빨간 의자’가 어떤 의미였는지 모르던 상태였기 때문에 웃었지만 저는 강일이의 슬픈 사연을 아니까 촬영하면서 울 수밖에 없었어요.”

또 고수는 소소한 민원처리부터 대형 사고까지 책임지는 소방관 역할을 해보니 그동안 실감하지 못했던 그들의 고충도 알게 됐다.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재밌고 밝은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마음가짐도 늘 긍정적이고요. 시민들을 지켜주는 슈퍼맨 같은 존재잖아요. 우리도 그들의 노고를 꼭 알았으면 좋겠어요. 허위 신고 하지 말고 도로에서는 길도 양보해주세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의 조각 같은 외모에서 나온 별명인 ‘고비드’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당사자는 정작 외모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은 없다며 “나는 평범한 얼굴이다”라고 망언 아닌 망언을 하기도 했다.

“연기할 때는 외모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요.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개의치 않아요. 전 그냥 평범한 얼굴이에요.”

고수는 현재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어떤 장르든 상관이 없지만 코미디만은 자신이 없단다.

“제가 워낙 느린 사람이라 웃음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안 웃긴 고수가 웃길지도 모르겠네요. ‘반전 고수’로 한번 도전해볼까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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