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과 리버풀의 자존심을 건 승부는 끝내 결판을 내지 못했다. 31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레이츠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이 2골 먼저 달아났지만, 후반 아스널이 2골을 몰아치는 뒷심을 발휘하며 무승부로 끝났다. 아스널 최전방 스트라이커 지루드는 이날 1골1도움을 올리면서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경기는 아스널이 중원을 장악한 채 리버풀이 역습을 펼치는 양상이었다. 윌셔와 램지, 카졸라의 유기적인 패스를 앞세운 아스널은 월콧의 빠른 발을 활용해 시종일관 골문을 노렸다. 점유율은 밀렸지만 수아레스와 스터리지가 이끄는 리버풀의 역습 역시 날카로웠다.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수비수들의 실책으로 실점하며 흔들렸던 아스널은 후반전 막판 경기를 완전히 장악한 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왕년의 강호들, 끝내 가리지 못한 승부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아스널과 리버풀은 부동의 리그 빅4였다.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팀이다. 그러나 최근은 다르다. 몇 년간 불안해 보이던 두 팀은 올 시즌 큰 위기에 봉착했다. 리그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는 물론 유로파리그 진출권까지 놓칠 판이다. 그래서 이 날 경기는 두 팀 모두에 중요했다. 마지막 자존심을 건 승부이기도 했고 4위권 진입을 위해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다. 그러나 라이벌 매치답게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다. 리그 6위와 7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아스널(승점 38점)과 리버풀(35점)이 이날 승점 1점씩 나눠가진 반면 같은 날 5위 에버튼(41점)이 웨스트브로미치에게 2-1로 승리하면서 상위권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
●전통의 명가 리버풀, 유럽대회 놓치나?
리버풀은 지난 시즌 18년 만의 가장 낮은 순위인 리그 8위를 기록했지만, 칼링컵 우승으로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따내면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더 좋지 않다. 리그컵에서 기성용의 스완지에 패해 16강에서 탈락했고, FA컵 32강전에서 리그1(3부리그)의 올드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남아있는 것은 프리미어리그 뿐. 최소한 리그 5위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쉬운 상황은 아니지만 리버풀에 희망도 있다. 최근 영입한 다니엘 스터리지가 수아레스와 함께 한층 날카로워진 공격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역시 수아레즈와 스터리지는 여러 차례 아스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런던(영국) | 이지훈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