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세상 모든 최해갑 씨, 술 한잔 하실래요?”

입력 2013-02-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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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는 배우 김윤석에게 실제 자신의 추억인 동시에 ‘친구’들의 모습이 담긴, 의미 깊은 영화다. 전작 ‘도둑들’에서 무게감으로 관객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장난기 속에 감춰둔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영화 ‘남쪽으로 튀어’ 최해갑 역 열연, 김윤석

하고싶은 일을 뚝심있게 미는 캐릭터
최해갑처럼 사는 이들 응원하고 싶어
감독 데뷔? 나의 이야기 찾는게 우선

“소싯적 한 번쯤 시위에 참여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배우 김윤석(45)은 자신의 대학 시절인 1980년대를 돌이켰다. “그때 나는 연극 동아리에 미쳐서 계속 연극만 했지”라고 시작한 대화에서 이어진 말이다. “학기의 절반은 휴학이었고 생각나는 건 허연 분말이었다. 친구 두 명 중 한 명은 시위대에 있었고. 그랬던 친구 중에 영화처럼 계속 운동해 정치권에 들어간 이도, 평범한 회사원이 된 사람도 있는 거지.”

6일 개봉한 ‘남쪽으로 튀어’(감독 임순례)는 이처럼 김윤석에게는 실제 자신의 추억인 동시에 주위에 봐온 ‘친구’들의 모습이 혼재된 영화다. 김윤석이 영화 주인공 최해갑과 자신을 겹쳐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윤석이 ‘남쪽으로 튀어’를 통해 분위기를 바꿨다. 지난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도둑들’에서 보여준 무게는 내려뒀다. 대신 장난기 속에 감춰둔 카리스마로 관객과 만난다. 나이도, 극중 상황도 김윤석과 뗄 수 없는 인물 최해갑을 통해서다.

“지금도 최해갑처럼 사는 친구가 있다면 달려가서 술 한 잔 사고 싶다”는 김윤석은 연기하면서도 “해갑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고 했다.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박력 있게 거부하는 남자의 모습은, 김윤석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늦게 데뷔한 사람이고, 비록 오랫동안 돈이 없었어도, 하고 싶은 일(연극)만 하고 살았다. 그런 중에 청운의 꿈을 버리고 다른 일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이 봤고. 해갑처럼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사람이 있다면 응원하고 싶다.”

영화는 한때 열혈 운동권으로 살았고, 지금은 무정부주의자인 영화감독이자 세 남매의 아버지 최해갑의 이야기다. 국민의 의무를 거부하던 그는 가족을 이끌고 고향인 남쪽의 한 섬에 정착한다. 하지만 거대 자본과 권력은 섬을 집어삼키려 한다. 해갑은 홀로 맞선다.

세 자녀를 둔 아빠의 모습은 이번 영화에서 김윤석을 새롭게 드러낸 매력이다. 실제로 초등학생 두 딸을 둔 그는 “딸들이라 영화에서처럼 아이들과 격투를 벌일 순 없지만 되도록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낸다”고 했다.

최해갑 역을 연기 중인 김윤석. 사진제공|영화사 거미·필름트레인


영화는 일본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 김윤석은 시나리오를 읽은 후에야 원작의 존재를 알았다고 했다. “원작은 일본의 민족적인 역사와 독특한 국민성이 배경이었지만 우린 다르다. 가장 슬플 때 웃게 만드는 엇박자의 문화가 있지 않나. 직선을 긋다가도 살짝 비틀어버리는 넉살도 있고.”

김윤석은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앞서 출연했던 몇 편의 영화에서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 내왔다. 그 영화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이유로 김윤석의 영화감독 데뷔를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김윤석은 “(영화)이야기가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감독 데뷔는)나만의 이야기가 있어야겠지. 진정성 있게 찾는 사람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섣불리 할 건 아니잖나. 그게(연출) 참 어려운 일일 텐데.”

김윤석은 현재 또 다른 영화 ‘화이’를 촬영 중이다. 이번엔 액션스릴러 장르다.

“인터뷰하는 이 와중에도 나 없이 촬영하고 있을 ‘화이’에 대한 갈증, 갈망이 있다. 배우는 만족을 모르는 직업이다. 이 갈망은 계속될 것 같다. 어디서든 나를 불러주는 한.”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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