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할리우드서 가장 흥미로운 일? 배우들과의 만남”

입력 2013-02-21 13: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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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찬욱(왼쪽)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영화 ‘스토커’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미아 바시코브스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영어 못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영화를 찍게 할 때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잘하는 걸 해달라고 해서 해줬다.(웃음)”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로부터 꾸준히 연출 제의를 받아온 감독 가운데 한 명이다. 2004년 ‘올드보이’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후 할리우드의 러브콜은 더 늘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은 그런 제안 대부분을 거절했다. 마음을 당기는 작품이 없어서다. 그러다 손에 잡은 영화가 28일 개봉하는 ‘스토커’다.

“누가 연출해도 비슷한 색깔이 나오는 각본이 있는 반면 10명이 찍으면 10개의 색깔로 나오는 각본도 있다. ‘스토커’가 그랬다. 여백이 많았고 붓으로 칠할 공간이 넓은 각본으로 다가왔다.”

박찬욱 감독은 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한남동 한 호텔에서 열린 ‘스토커’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를 할리우드 첫 연출작으로 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영화 주인공 인디아를 연기한 미아 바시코프스카도 함께 했다.

박찬욱 감독은 “미국영화인데 한국감독이 만들어 기자회견을 여는 이 상황이 어정쩡한 것 같다”고 멋쩍어하면서도 “낯선 땅에서 외로웠고 한국 음식도 못 얻어먹었지만(웃음) 그래도 영화가 완성돼 조국에서 공개하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스토커’는 할리우드 유명 감독인 리들리 스콧이 제작을 맡았다. 각본은 드라마 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인 웬트워스 밀러가 썼다. 니콜 키드먼은 주인공 인디아의 엄마 역으로 참여했다.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겪은 ‘가장 흥미로운 경험’으로 “미아, 니콜 같은 배우들과의 작업”을 꼽았다.

특히 그는 미아 바시코프스카와의 만남에 만족해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제인 에어’의 주인공으로 국내 팬들과도 친숙한 미아 바시코프스카를 두고 박찬욱 감독은 “과시하듯, 자랑하듯 연기하지 않는 배우”라고 평했다.

또 “화려해 보이지 않아 심심할지 모르지만 젊은 배우들과 달리 자신의 역할만 보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 영화 전체를 보는 눈을 가진 배우”라고도 했다.

이에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처음엔 (박찬욱 감독과)통역을 통해 영화를 찍으면 어떨까 걱정했다”며 “시작하고 며칠 지나고부터 우리는 통역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의사를 나눴다. 언어 장벽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오히려 놀라웠다”고 돌이켰다.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고도 했다. “많은 은유법으로 시각적인 표현을 완성하는 박찬욱 감독은 내가 일해 본 다른 감독들보다 세세한 이미지에 가장 강하다”고 말했다.

‘스토커’는 인디아의 18살 생일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날 인디아가 유독 따랐던 아버지가 사고로 죽고, 그 때까지 존재를 몰랐던 삼촌 찰리가 나타난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쉽게 실마리를 풀어내지 않는 미스터리 장르다.

박찬욱 감독이 앞서 만든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을 통해 보여준 운명에 관한 메시지가 한층 집약된 이 영화는 음악과 영상에서도 탁월한 감각을 갖췄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영화 제목인 ‘스토커’는 주인공 인디아 가족의 성이다.

박찬욱 감독은 “스토킹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도 “소설 ‘드라큘라’를 쓴 브람 스토커의 이름에서 갖고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주인공 인디아와 찰리는 보통 인간과 다른, 독특하고 우월한 어떤 종족의 느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 내내 서로를 향한 신뢰를 드러낸 박찬욱 감독과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스토커’의 명장면을 꼽는 데는 의견이 나뉘었다.

박찬욱 감독은 “인디아가 늦은 밤 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에서 미아의 목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들렸다”고 했고,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음악으로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닫게 해준 피아노 연주 장면”을 첫 손에 꼽았다.

둘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리는 레드카펫 행사와 시사회에 함께 참석한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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