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신공 이용규 투수잡는 저격수

입력 2013-02-2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용규(KIA)의 ‘커트 신공’은 투구수 제한이 적용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의 비밀무기로 기능할 수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 WBC 대표팀 특급 비밀병기

1. 상대 선발 투구수 늘려 심리적인 압박
2. 투수 흔들리면 구종·특성 스스로 노출
3. 동료들 공 많이 볼 수 있어 타격 도움


아무리 성능이 좋은 총, 실력이 뛰어난 저격수가 있어도 쏠 수 있는 총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투구수 제한 규정에 따라 힘이 넘치는 최고의 에이스도 정해진 투구수를 넘기면 마운드에 설 수 없다. 투수들을 혹사에서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지만 ‘커트신공’ 이용규(28·KIA)가 버티고 있는 대한민국대표팀에는 축복으로 느껴질 만큼 유리한 룰이다.

무려 2376개. 지난 시즌 125경기에서 투수들이 이용규(580타석)에게 던진 공이다. 타석당 투구수는 리그 최고 수준인 4.1개다. 투수들이 신중하게 상대하기 때문에 투구수가 많아지는 홈런타자 이승엽(삼성)이 3.8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교타자 이용규의 타석당 투구수는 대단한 수준이다. 타격감이 더 좋았던 2011시즌에는 타석당 4.3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수들은 이용규의 ‘커트신공’을 두고 “초구에 안타를 맞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 “투수에게는 지옥같이 느껴진다”고 토로할 정도다.

이용규의 커트 능력은 이번 WBC에서 단순히 상대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것뿐 아니라 타선 전체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동료 타자들이 상대 투수를 더 많이 눈으로 직접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상대 투수 입장에선 투구수가 많아져 화가 나고, 자신도 모르게 모든 구종과 특성이 낱낱이 공개되는 두 가지 덫에 빠지게 된다.

대만 도류구장에서 진행된 2주일간의 대표팀 캠프를 마치고 26일 1라운드 결전지인 타이중으로 이동한 이용규는 “전력분석 자료가 있지만 직접 투수의 공을 보고 상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타석에 서면 동료 타자들이 최대한 낯선 투수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공을 많이 던지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고의 커트 능력을 지닌 이용규지만 WBC를 앞두고 절대 자만은 없었다. 세계 정상급의 정교함을 자랑하는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는 또 다른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 투수는 워낙 컨트롤이 좋기 때문에 커트가 먼저가 아니라 볼넷을 골라 출루한다는 생각으로 나가야 한다. 볼넷을 노리면서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용규는 한국에는 많은 정보를 가져다주는 든든한 ‘첩보원’이지만, 상대 투수에게는 가장 골치 아픈 ‘저승사자’다.

타이중(대만)|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