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양한 ‘분노’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분노왕’의 문을 두드린다. 일반인부터 연예인들까지 잇따라 출연하며 타인에 대한 분노를 털어놓으며 ‘힐링’한다. 사진제공|채널A
2. 강한 스토리 흡입력
3. 분쟁소지 있으면 땡
최근 연예인 출연 신청 부쩍 늘어
임영규 편 가장 높은 시청률 기록
응어리 표출로 힐링 ‘인기의 비결’
여기, 어디 가서 말하기도 어려운 인생의 큰 분노를 삭이고 또 삭여 온 이들이 있다. 그 속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세상에 있을까. 그래서 이들은 차라리 시청자에게 자신들의 아픔을 털어놓기로 했다. 더불어 분노는 조금씩 사그라지고, 그 해결책까지 얻는다.
‘꽃뱀에게 사기를 당하거나’ ‘성희롱에 시달리거나’ ‘친한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거액을 잃거나’ ‘잘못된 국제결혼으로 인생을 포기하거나’, 이처럼 인생의 고통을 속 시원히 털어놓으며 분노를 삭여내는 사람들을 위한 무대가 바로 채널A 인기 프로그램 ‘분노왕’이다.
사실, 이런 사연과 인생의 고통을 드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 ‘분노왕’은 그 힘겨운 고백과 아픔의 하소연을 밝히는 출연자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모은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이들인 출연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출연하게 되는 것일까.
연출자 정승우 PD에 따르면 출연자 중 절반의 사람들은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시청자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사연을 전한다. 또 다른 절반의 출연자는 제작진이 인터넷 검색은 물론 수소문을 해 찾아 나선다.
정 PD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들여다본다. 서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의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많더라”며 “그곳에 회원가입을 하고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려놓으면 연락이 온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연에 분쟁의 소지가 있거나, 괜한 오해를 살 만한 사람들의 사연을 배제한 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을 가진 이들 위주로 출연자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면서 일반 시청자뿐 아니라 연예인의 출연도 늘었다. “연예인도 나와 비슷한 경험의 분노를 갖고 있구나” 하는 공감의 호기심이 커진 것이다.
정 PD는 “여성지나 인터넷 등에서 후보를 찾아본다. 그리고 궁금하거나 우여곡절이 있을 만한 연예인 리스트를 뽑는다”며 “실제 털어놓을 만한 어떤 사연이 있는지 물은 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을 가진 연예인을 섭외한다”고 설명했다. 연예인이라고 무조건 출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분노의 사연이 얼마나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살 수 있는지, 아니면 스토리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인 셈이다.
‘분노왕’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탤런트 임영규 편. 그는 “20년 전 160억여 원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뒤 탕진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채널A
실제로 ‘분노왕’이 지난해 9월 방송 이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임영규’ 편(1월23일 방송)이다. 왕년의 스타였던 임영규는 방송에서 “건방지고 안하무인인 너 정말 싫다! 임영규 제발 정신 좀 차려”라며 분노를 표출해 시청자의 관심을 샀다.
정 PD는 “워낙 이야기가 셌다. 엄청난 부잣집 아들인 그가 전 재산을 탕진해 찜질방을 전전하는 신세가 됐다는 이야기였는데, 스토리의 힘이 컸다”며 “그 분노를 속 시원하게 표출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치유 과정이 되면서 더욱 가슴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노왕’은 출연자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의 무대를 제공한다. 정 PD는 “처음엔 힐링 자체가 거창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힐링은 응어리진 마음을 말로써 풀어내는 게 좋은 거더라. 정신과 전문의 등 상담 전문가들까지도 출연자의 말에 공감하고 거들어줌으로써 스스로 힐링이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출연자를 위한 ‘애프터서비스’는 덤이다. 가정의학과 교수, 마인드 힐링연구소 소장, 변호사 등 전문가 패널 3인을 통해 상담과 심리치료, 법률적인 문제 등을 해결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