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립영화 흥행만세

입력 2013-04-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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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가 전국 개봉 열흘 만에 관객 5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자파리필름

제주 4·3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가 전국 개봉 열흘 만에 관객 5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사진제공|자파리필름

■ 극장가 ‘지슬’ 돌풍…독립영화의 봄

순수한 양민들 이야기 4·3사건 재조명
개봉 11일 만에 관객 5만5000명 몰려

‘워낭소리’ 시작으로 잇따른 흥행 신화
저변 확대 큰 힘…단편 ‘주리’도 가세

독립영화의 관객 ‘사이즈’가 달라지고 있다.

관객 1만 명이 곧 독립영화의 흥행 기준으로 인정받았던 ‘공식 아닌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됐다. 좋은 영화를 찾아내 선택하는 적극적인 관객이 늘면서 5만 관객을 거뜬히 넘어 10만 명에 다다른 독립영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작품은 3월21일 개봉한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지슬)이다. 1일 현재 50여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지슬’은 이례적으로 빠른 흥행 속도로 개봉 11일 만에 관객 5만5000명을 모았다. 전국 400∼500여개관에서 관객몰이에 나선 상업영화들과 경쟁 속에서 박스오피스 10위권까지 오르기도 했다. 제작사는 이 같은 추세라면 10만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슬’은 한국영화로는 처음 선댄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아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수상 후광효과에만 그치지 않았다. 1948년 제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4·3사건을 그리면서도 당시 순수했던 양민들의 이야기를 감각적으로 풀어내 대중적 인기까지 얻고 있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이 연출한 ‘주리’는 단편영화로는 첫 1200명 관객 기록을 세웠다. 실제로 여러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김 위원장은 ‘주리’에서 영화제 심사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려 현실성을 더했다. 상영시간 24분에 맞춰 관람료를 5000원으로 내리는 등 상영 조건을 다양하게 마련한 점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영화계는 독립영화 흥행의 이유를 “접근하기 어려운 소재를 친근하게 표현한 방식”에서 찾는다. 한 관계자는 “대형 투자배급사가 만드는 상업영화가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독립영화계는 꾸준히 주목해 왔다”며 “비극적인 역사를 사실적으로 그린 ‘지슬’이나 국제영화제의 심사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주리’ 등은 상업영화로서는 하기 어려운 시도”라고 짚었다.

또 이미 2008년 ‘워낭소리’를 시작으로 ‘똥파리’ ‘울지마 톤즈’ ‘달팽이의 별’ ‘두 개의 문’ 등 독립영화가 꾸준히 관객의 시선을 모아 온 환경도 밑받침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자본과 메이저 극장의 배급망을 타지 않고도 스토리와 메시지만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독립영화의 힘은 결국 기성 영화계의 커다란 자산이라고 충무로 관계자들은 말한다.

때마침 강수연, 유지태 등 유명인들도 이에 공감하며 직접 구매한 다량의 티켓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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