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스타트업] 스타트업 생태계를 일구는 마중물, '벤처스퀘어'

입력 2013-05-31 18: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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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중 90% 이상은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이지만, 이들 기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만한 곳은 별로 없다. 사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꾸준히 지켜보는 것이 미디어가 해야 할 일이지만, 대부분의 언론사는 대기업에 집중한다. 최근에는 '창조 경제'라는 국정 목표와 관련해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꾸준하게 지켜본 미디어가 드물다.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대박'이나 '이색' 사례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를 자처한 곳이 있어 눈에 띈다. 바로 벤처스퀘어다. 벤처스퀘어는 스타트업을 위한 미디어로, 스타트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련 소식을 전달하며 창업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또한 스타트업의 조력자로 여러 스타트업들을 연결하고, 투자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스타트업 멘토링과 행사를 진행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이제 막 창업에 발걸음을 내딛는 새내기 창업자가 알아두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벤처스퀘어인 셈이다. 이에 벤처스퀘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명승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스타트업의 갈증을 해소하는 광장, 벤처스퀘어

명 대표는 잡지사 기자, 지디넷코리아 편집장, 매일경제 기자로 일하며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베테랑 기자다. 이어 야후코리아에서 전략 스텝으로 일했다. 스타트업 업계에 몸 담은 것은 2010년이다.

기자로 일하던 그가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명 대표는 “기자 생활을 하며 IT 분야만 다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타트업 업계와 자주 마주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취재나 인터뷰를 하며 1세대 벤처인 ‘한글과 컴퓨터’, ‘안철수 연구소’ 등을 자주 만났고, 자연스레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티엔엠(TNM) 미디어 공동 대표로 일하면서 티엔엠 미디어의 사내 프로젝트였던 ‘벤처스퀘어’를 맡아 이를 독립된 회사로 키웠다.

“대기업(매일경제, 야후코리아 등)에서 일하다가 스타트업(티엔엠 미디어)에 갔더니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저와 같은 일을 얼마나 많이 겪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성 미디어는 스타트업에 관심도 없었죠. 이에 스타트업들이 상부상조할 수 있는 미디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력과 노하우를 살려 벤처스퀘어를 스타트업 미디어로 만들었다. 현재 많은 스타트업들이 벤처스퀘어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미디어에 노출되고자 하는 욕망을 해소하고 있다. 기성 미디어가 하지 못했던 일을 벤처스퀘어가 해소하고 있는 셈이다.


벤처스퀘어에는 기자가 없다?

명 대표에 따르면, 벤처스퀘어는 미디어라기보다는 웹진이나 커뮤니티에 가깝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자, 예비 창업자, 투자자, 스타트업 사례를 찾는 사람들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웹진을 만들고자 했다. 이에 벤처스퀘어는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작성한 칼럼이나 블로그 포스팅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다. 벤처스퀘어는 기자를 뽑아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잘 전달하고 정리해 줄 수 있는 큐레이터들이 기자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기자 출신이 기자가 아닌 큐레이터, 에디터라고 역할을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정치나 사회 분야는 기자가 논하는 데 제약이 없지만, IT와 같이 전문적인 분야는 기자가 깊이 알고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저널리즘을 가치로 하는 미디어가 아닌 IT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버티컬 미디어를 만들고 싶었어요. 깊이 있는 미디어를 만들려면 기자들보다는 업계 전문가들이 나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벤처스퀘어는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생생한 정보와 실무적인 토론이 이루어지는 장으로 거듭났다. 기자 대신 여러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모이다 보니, 벤처스퀘어는 미디어이지만 커뮤니티 기능도 갖추게 됐다. 현재 벤처스퀘어의 직원은 뉴질랜드 현지에서 채용한 에디터 1명을 포함해 6명, 파운더는 7명, 필진은 약 140명, 관련된 스타트업은 약 400곳, 관련 기관은 15곳이다.

“벤처스퀘어를 만드는 것은 직원만이 아닌 모든 스타트업 종사자인 셈이지요. 벤처스퀘어가 스타트업에 마중물을 대주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다만, 저는 스타트업 전문가나 창업 컨설턴트는 아니에요. 그저 스타트업이 원하는 바를 미디어로 전달할 뿐입니다.”

벤처스퀘어는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교육, 워크샵, 행사, 이벤트, 네트워킹 파티 등도 열고 있다. 즉, 벤처스퀘어는 미디어의 역할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과 투자자,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나 대기업과 협력해 스타트업 관련 사업 및 행사를 열고, 스타트업이 원하는 바를 행사나 이벤트로 기획하고 있어요. 이렇게 스타트업들을 대면하고, 연결하고, 투자하고, 코멘트하고, 돕고,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 벤처스퀘어의 역할이자 가치입니다.”


미디어를 통한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꿈꾸다

벤처스퀘어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공익적 모델인 만큼, 벤처스퀘어의 성공은 생존 그 자체다. 성장 여부는 생존과는 별개다. 벤처스퀘어가 성장한다는 것은 파트너가 늘어난다는 개념에 가까우며, 벤처스퀘어 자체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벤처스퀘어는 새로운 실험 모델이다. 겉보기엔 회사이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다른 미디어와의 경쟁도 아니고, 주식 상장도 아니기 때문이다. 목표는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고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확산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벤처스퀘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다 빠르게 구축하고자 만났던 많은 벤처캐피탈과 투자자들은 “곧 망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한국에 스타트업 문화가 자리잡은 것이 아니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이스라엘이나 미국 실리콘밸리를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해외와 한국은 다른 만큼 한국만의 스타트업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약 15년 전 벤처 붐이 불었는데, 이제 다시 국가에서 스타트업 문화를 만들려고 하니 그때와 달라진 점이 많죠. 이제는 스타트업을 이끌 세대도, 시장도, 환경도 달라졌어요. 즉, 새로운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는 민간 주도로 나아가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재 민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벤처스퀘어의 경우 미디어로 출발했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다른 분들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비슷한 모델을 실험하는 다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경쟁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모델이 무너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실패로 묻히는 것이 아닌 스타트업 문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민간 차원에서 만든 게 제가 처음인데요, 이제는 그것이 일종의 전형처럼 자리잡아 스타트업 경진대회가 늘어났어요. 또한 제가 재작년에 시도했던 워크샵 형태의 행사도 정착돼, 이제는 창업진흥원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워크샵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서로 만나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스타트업 업계에 다양한 모델들을 실험한다면, 스타트업 문화 발전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독점보다 확산이 더 큰 가치다

벤처스퀘어는 ‘광장’이라는 이름과 걸맞게, 스타트업 소식이나 관련 정보를 널리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다 많은 이들을 연결하고 스타트업을 알리기 위해선 벤처스퀘어 내 정보가 다른 곳으로도 확산되어야 한다. 이에 벤처스퀘어는 정보를 가둬놓은 포털과는 반대로, 정보를 잠시 담았다가 퍼뜨리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기성 미디어는 특종이나 콘텐츠 독점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미디어의 가치란 확산이라고 생각해요. 확산이 곧 영향력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한 방송사가 싸이의 출연을 독점했다면, 지금의 싸이는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현재 벤처스퀘어는 배포 영역을 넓히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우선 한국 스타트업 소식을 해외에 알리고자 영문으로 번역해 배포하고 있다. 반면, 기성 미디어에서 외국어 번역을 통해 해외에 스타트업을 알리고자 시도한 적은 없다.

“외신 ‘더 넥스트 웹’은 벤처스퀘어가 제공하는 한국 스타트업 소식을 받아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이 영문 번역을 통해 도움을 얻은 바 있습니다. 영문 번역한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 한국 스타트업을 알리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 뻗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명 대표는 또한 벤처스퀘어에 기고된 글이 ‘플래텀’이나 ‘비석세스’ 등 다른 미디어에도 배포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벤처스퀘어 기고자 중 약 90%가 이에 동의했다. 현재 동의한 기고문에 한해 콘텐츠를 널리 배포하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기성 미디어처럼 콘텐츠를 독점하지 않고, 다른 미디어와 콘텐츠를 공유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콘텐츠를 독점하는 것보다는 스타트업을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벤처스퀘어는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아요. 그 안에 담아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벤처스퀘어가 콘텐츠 확산의 배포처로 거듭나고,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길 바랍니다. 콘텐츠 제휴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벤처스퀘어는 미래 미디어의 마중물이다

명 대표가 생각하는 벤처스퀘어의 목표는 2가지다. 첫 번째는 벤처스퀘어가 확산 모델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자리잡는 것이다. 벤처스퀘어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스타트업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이 이해 관계가 없더라도 서로 의지하고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확산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넓히고, 스타트업이 나아갈 발판을 보다 넓히는 것이 벤처스퀘어의 사명입니다.”

두 번째 목표는 벤처스퀘어가 지속 가능한 미디어 모델로 자리잡아, 다른 문화 영역에도 버티컬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심도 깊은 예술문화 평론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지요. 현재 문화예술 분야에 수익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사라졌을까 생각해 봤어요. 이는 생산 구조가 고비용이 되어 생긴 문제라고 봅니다. 즉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한 거죠. 만약 벤처스퀘어와 같은 모델이 살아남는다면, 이를 문화예술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예를 들어 뮤지컬 종사자들이 스스로 일하고, 버티컬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하고, 논쟁하고, 평가하는 거죠. 그리고 이 버티컬 미디어를 통해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투자자들은 투자를 하고, 새로운 문화 행사도 만드는 등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벤처스퀘어를 통해 버티컬 미디어 모델이 지속 가능함을 증명하고, 벤처스퀘어가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벤처스퀘어 모델이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 전반적으로 문화 산업의 깊이가 깊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는 스타트업의 전달꾼이지만, 나중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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