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에이전트 제도…‘슈퍼갑’ 우려, 선수와 ‘상생의 파트너십’ 갖춰야

입력 2013-06-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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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프로스포츠 4개 단체는 주무관청 문화체육부로부터 자료제출을 요청받았다.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에이전트 제도가 활성화된 프로축구를 제외한 프로야구 프로배구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각 단체가 정리한 답변은 제각각이었다. 농구는 찬성한다고 했다. 야구는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며 유보의 뜻을 알렸다. 배구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입장이 없어 답을 주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5월6일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주최로 스포츠선수 인권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토론의 주된 내용은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협상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 자유사업자의 위치에서 구단과 연봉협상을 맺는 선수들이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에이전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였다.

최근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화두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불합리한 관행을 바꿔서 서로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고 계약을 맺어 공존하자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몇몇 국회의원들은 선수와 구단 사이에 벌어지는 계약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1982년 프로야구 탄생을 시작으로 본다면 우리나라에 프로스포츠가 도입되고 산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30년을 조금 넘어간다. 아직 외국의 환경과 발전된 시스템을 따라갈 형편은 아니지만 스포츠가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오락산업으로 규모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이에 맞는 규정과 룰도 함께 갖춰야 하는 것은 맞다. 시기의 문제일 뿐 에이전트 제도의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다.

그러나 놓쳐서는 안 될 부분도 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그 구성원들의 필요에 의해 합리적인 선에서 주고받는 타협을 통해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산업의 현재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는 상상도 못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구단이 갑이고 선수가 을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스포츠의 특정한 상황에서는 반대다. 선수가 권력이 된다. 슈퍼스타다. 게다가 에이전트는 스타에만 관심이 많다. 에이전트가 슈퍼스타 몇몇을 데리고 리그의 우승을 좌지우지할 가능성도 있다. 배구, 농구는 그런 면에서 취약하다. 이 경우 에이전트는 구단 감독을 우습게 보는 슈퍼 갑이 될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에이전트 제도는 음지에서 고생하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무명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없다. 만일 진정으로 스포츠선수들의 인권과 권익에 관심이 있다면 비주전과 2군 선수들을 배려하기 위해 법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우선 선수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좋다. 선수들을 진정한 대화상대로 만드는 장치부터 해야 한다, 갑과 을이 아닌 상생의 카운터파트너들이 협의해서 그들끼리 만족하는 제도를 만들 경우 외부인은 할 말이 없다. 법 보다는 서로의 신뢰와 이해가 먼저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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