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공개훈련을 가졌다. 한국 축구대표팀 지동원이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17일 오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의 경기를 하루 앞두고 공개훈련을 가졌다. 한국 축구대표팀 지동원이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울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지동원, 일어나!”

A대표팀 훈련 도중 지동원(22·선덜랜드·사진)이 넘어지자 최강희 감독이 크게 말했다. 지동원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표정에 잔뜩 독기가 서려있었다고 한다. 지동원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이란과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지동원은 올 초 영국 선덜랜드에서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간 뒤 훨훨 날았다. 고비 마다 골을 터뜨리며 팀을 강등위기에서 구해냈다. 전문가들은 “벤치에 있던 선덜랜드 시절의 지동원이 아니다. 자신감이 붙었고 예전 기량을 되찾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A대표팀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다. 지동원은 5일 레바논전에서는 후반 39분 김보경 대신 들어갔고, 11일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1-0 승리를 지키기 위한 시간 때우기 차원에서 후반 추가시간 투입됐다. 지동원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최 감독도 지동원의 이런 마음을 알고 있다. 이란과 경기에 지동원을 중용할 생각이다. 평소 훈련장에서 큰 소리를 거의 안 내는 최 감독이 지동원을 향해 외친 것도 꾸짖음이라기보다는 가진 기량을 다 분출해보라는 ‘사랑의 매’로 이해하는 게 맞다. 지동원이 선발로 나서게 되면 최전방의 김신욱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후반 조커라면 원 톱도 가능하다.

지동원은 1년 전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작년 런던올림픽 한국-영국의 8강전을 하루 앞두고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은 지동원을 따로 불렀다. “동원아, 너 영국에서 힘들었던 일 다 말해봐.” 당시 선덜랜드에서 만년 후보였던 지동원은 마음고생을 다 털어놨다. “그래? 동원아 너 내일 선발이다. 그 동안 받은 서러움 운동장에서 다 풀어버려.” 홍 감독이 경기 전날 선수에게 선발여부를 알려준 것은 지동원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지동원은 다음 날 멋진 중거리포로 기대에 부응했다. 이 과정을 모두 알고 있던 당시 박건하 올림픽팀 코치는 벤치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지동원이 1년 전 런던에서처럼 울산에서 또 한 번 서러움을 훌훌 털어낼 수 있을까. 지동원의 발끝이 이란 골문을 정조준하고 있다.

울산|윤태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