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훈련도중 ‘불법주차’된 차 빼러간 국민타자

입력 2013-06-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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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형우(오른쪽)가 21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다 주차단속 요원들이 구장 밖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를 견인하려고 하자 황급히 달려와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자신의 차에 탑승하고 있다. 최형우의 차 왼쪽 차량은 이승엽의 승용차다. 이승엽도 곧이어 훈련을 중단한 채 달려와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삼성 최형우(오른쪽)가 21일 대구 LG전을 앞두고 훈련을 하다 주차단속 요원들이 구장 밖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를 견인하려고 하자 황급히 달려와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자신의 차에 탑승하고 있다. 최형우의 차 왼쪽 차량은 이승엽의 승용차다. 이승엽도 곧이어 훈련을 중단한 채 달려와 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21일 삼성 선수들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훈련도 중단한 채 야구장 밖으로 뛰어 나가야 했다. 삼성 주장 최형우(31)도, ‘국민타자’ 이승엽(37)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후 3시 20분쯤이었다. 이 시간은 홈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을 시점. 그런데 대구구장 밖은 갑자기 소란스러웠다. 주차 단속 요원들과 주차장 관리 요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작은 소동이 일었다. 주차 단속 요원들이 야구장 밖에 세워둔 승용차들을 견인하려 하자 이곳 주차장 관리 요원이 “그 차는 삼성 라이온즈 최형우 선수 차다”라며 만류를 한 것. 그러자 주차 단속 요원은 “옆에 있는 이 건 누구 차냐?”며 물었다. 그러자 주차장 관리 요원은 “이승엽 선수 차다”고 대답하며 견인을 하려는 주차 단속 요원들에게 설명을 해야했다.

대구에서 최형우와 이승엽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주차 단속 요원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최형우와 이승엽의 차는 주차 박스 안에 세워있지 않고 그 옆에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불법주차인 셈. 법대로라면 차량을 견인해도 할 말은 없는 상황이었다.

대구구장 삼성 라커룸은 3루 쪽 덕아웃 뒤에 자리잡고 있다. 라커룸 뒤로는 쪽문이 있고, 쪽문에서 나오면 바로 대로변에 작은 주차 공간이 있다. 그래서 삼성 선수들은 라커룸으로 드나들기 편한 이곳에 주로 주차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이곳에 주차를 하지 못하면 시민운동장 쪽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선수들로서는 경기 후 퇴근할 때 많은 팬들과 만나야하는 시민운동장 주차장보다는 라커룸에서 바로 나오면 차를 탈 수 있는 이 곳의 주차장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날 최형우와 이승엽이 여기에 주차를 하려다 불법주차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동안은 공무원들이 이곳에서 별다른 불법주차 단속을 하지 않았지만 이날 갑자기 들이닥치면서 소동이 일어난 것이었다.

주차 단속 요원들은 주차장 관리자에게 “빨리 주인에게 차 빼라고 연락하라”고 다그쳤다. 그 때 최형우가 훈련복 차림으로 한손에 자동차 키를 들고 부리나케 뛰어왔다. 소식을 듣고는 훈련을 중단한 채 달려 나올 수밖에 없었다. 최형우는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며 황당해 하면서 차에 탑승해 자신의 승용차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주차 단속 요원은 차를 몰고 가는 최형우에게 “이승엽 선수도 빨리 나와서 차를 이동시키라고 하라”고 고함을 쳤다. 이때 이승엽도 훈련복 차림으로 외국인선수 통역을 맡고 있는 구단 직원과 함께 달려왔다. 결국 이승엽은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구단 직원에게 자신의 차량을 알려주면서 대신 이동시켜 줄 것을 부탁을 한 뒤 다시 훈련을 하기 위해 야구장 안으로 달려갔다.

대구의 신축 야구장은 7월 말에 첫 삽을 뜬 뒤 2015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대구구장을 사용할 날도 이제 2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아 참고 견뎌야 하겠지만, 프로야구 선수가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하다 불법주차 때문에 차량을 이동시킨 뒤 훈련을 재개해야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해외토픽감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있을까. 그것도 전날 352홈런으로 한국프로야구 역사를 쓴 천하의 국민타자가 말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주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야하는 현실 자체가 한국프로야구의 슬픈 자화상이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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