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올 시즌 내 점수는 80점”

입력 2013-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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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릭스 이대호가 26일 오전 오사카 시내의 한 카페에서 자신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오릭스 버펄로스 타임’ 7월호를 들고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오사카|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오릭스 이대호가 26일 오전 오사카 시내의 한 카페에서 자신이 표지 모델로 등장한 ‘오릭스 버펄로스 타임’ 7월호를 들고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오사카|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오릭스 4번타자 이대호를 만나다

ML 진출? 빅리그는 모든 선수의 꿈의 무대
한국대표로 뛴다 생각…롯데시절보다 안간힘
일본 에이스급 투수의 공 때리며 희열 느껴
류현진은 천적이다? 가장 아끼는 동생이죠

2011년 말 오릭스 입단이 확정됐을 때, 이대호(31)는 “한국 최고 타자가 일본에서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일본 진출 2년째인 올 시즌 점점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빼어난 성적과 더불어 남다른 친화력으로 오릭스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그는 이제 일본프로야구 최고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올 시즌 후 2년 계약이 종료되는 그를 붙잡기 위해 오릭스는 물론 일본 내 다른 팀들과 메이저리그 팀들까지 움직이고 있을 정도다. ‘대한민국 4번타자’로 일본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이대호를 26일 낮 오사카 시내에서 만났다.


● 올 시즌 내 성적은 80점!

이대호는 “지난 시즌 첫 한달, 마지막 한달은 내 야구를 하지 못했다. 처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마지막 한달은 팀 성적도 좋지 않고 어수선해서 집중하지 못했던 게 제일 아쉽다”며 “올해는 그래도 초반부터 성적이 괜찮아 다행이다. 아무래도 지난해보다 많이 적응된 것 같다. 아직 시즌이 반 이상 남았지만 지금 나를 평가한다면 8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평했다. 무엇보다 뿌듯한 사실은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선발 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호는 지난해에도 전 경기(144게임)에 4번으로 선발 출전했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대호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타점왕이다. 올 시즌에도 타격과 타점 등에서 또 한번 개인 타이틀을 노려볼 만하다. “상도 기회가 닿을 때 받아야 한다. 상에 욕심이 없다면 그것도 바보”라면서 “지금은 욕심 부리지 않고 매 게임 집중하다 시즌 막판 20게임 정도 남았을 때 (타이틀에) 근접했다면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 4번타자는 외로운 자리!

이대호가 붙박이 4번타자를 맡은 것은 롯데 시절이던 2004년부터다. 올해로 정확히 10년째 그는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4번은 개인 성적뿐 아니라 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욕을 먹는다. 외로운 자리다. 그걸 이겨내야 좋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며 “내가 한국 대표로 일본에 와 있기 때문에 내가 못하면 후배들이 일본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롯데 시절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혼자서 강해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로이스터 감독 밑에서 뛰었던 롯데 시절을 떠올렸다. “로이스터 감독님은 ‘4번타자는 끝까지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도리’라며 나를 교체 없이 9회까지 그대로 놔두셨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얘기했다.

교세라돔 내부에 마련된 오릭스 버펄로스 용품점 입구에 커다란 이대호의 입간판이 당당하게 놓여 있다. 오사카|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교세라돔 내부에 마련된 오릭스 버펄로스 용품점 입구에 커다란 이대호의 입간판이 당당하게 놓여 있다. 오사카|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에이스와의 승부를 즐긴다!

이대호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에이스급 투수들과의 승부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3일 세이부전에선 9회 2사 후 상대 용병 마무리 데니스 사파테에게 극적인 동점 솔로홈런을 빼앗기도 했다. “에이스급 투수들은 다들 자존심이 있다. 여느 투수들처럼 나를 일부러 피해가지 않는다. 나하고 한번 붙어보자고 던지고, 나는 그 볼을 때리면서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성적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상대 투수들의 견제는 더욱 커져만 간다. 방망이 한번 돌리지 않고 걸어 나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는 에이스들과의 승부를 즐기고 있다. ‘네가 최고 투수냐? 나는 최고 타자다. 우리 한번 붙어보자’는 마음가짐이다. 롯데 시절 김무관 타격코치는 이대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세상에서 150, 160km짜리 빠른 볼을 가장 잘 치는 타자가 바로 너, 이대호다.” 이대호는 지금도 타석에 설 때마다 이 말에서 자신감을 얻는다고 했다.


● 류현진은 멋진 투수!

한국에서 뛸 때 이대호는 류현진(26·LA 다저스)의 천적이었다. 유난히 더 강했다. 그러나 사석에서 만나면 피를 나눈 형제 못지않을 정도로 돈독하다. “현진이는 제일 아끼는 동생”이라며 “요즘도 가끔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한다. 현진이가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그렇게 큰 사람들이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당당히 한국야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 우리나라 최고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에이스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내가 봐도 현진이는 멋지다”고 칭찬했다.


● 앞으로 10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

올 시즌 후 거취에 대해 이대호는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속내도 털어놓았다. “빅리그는 모든 야구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라며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발이 빨라서도, 수비가 좋아서도 아니다. 방망이 하나로 이 자리에까지 선 것”이라고 말했다. 타격 실력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태평양을 건너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이대호는 “현재까지 많은 상도 받고, 9연속경기홈런도 쳤지만 아무래도 (2010년) 7관왕을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웃은 뒤 “욕심은 쉰 살까지 야구를 하고 싶지만 그건 쉽지 않을 것이고, 마흔두세 살 정도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때까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다짐했다. “언젠가 말했듯, 만약 한국에 돌아간다면 정상에 있을 때 갈 것이다.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오사카|김도헌 기자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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