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접었던 차세대 에이스 다시 ‘훨훨’

입력 2013-07-0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촉망받는 핸드볼 유망주였지만, 위암 투병 중인 아버지 때문에 코트를 떠났던 그녀. 이은비가 선수로 복귀했다. 전매특허인 스피드는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다. 7일 2013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열린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한 이은비. 기장|김영준 기자

촉망받는 핸드볼 유망주였지만, 위암 투병 중인 아버지 때문에 코트를 떠났던 그녀. 이은비가 선수로 복귀했다. 전매특허인 스피드는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다. 7일 2013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열린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한 이은비. 기장|김영준 기자

■ SK핸드볼코리아리그 부산BISCO 이은비

암투병 아버지 간호차 지난해 때이른 은퇴 선언
아버지 권유로 복귀…더 높은 곳 향해 힘찬 비상


2013SK핸드볼코리아리그 선수소개책자에도 나와 있지 않은 한 작은 선수가 7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부산BISCO(부산시설관리공단)-인천체육회전에서 뛰고 있었다. 주인공은 부산BISCO 레프트 윙 이은비(23). 지난해 11월 돌연 은퇴를 선언해 한국여자핸드볼에 충격을 안긴, 바로 그 선수였다.

이은비가 누구인가. 2010년 서울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한국여자핸드볼의 차세대 에이스였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과 2012년 런던올림픽 4강 멤버이기도 하다. 이런 이은비가 아직 전성기도 오지 않은 20대 초반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한 표면적 이유는 ‘부상’이었다. 실제 이은비는 무릎, 발목, 팔꿈치 등에 부상을 안고 있었다. 163cm의 단신으로 싸우다보니 성한 데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이은비를 힘겹게 내몰았던 것은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버지 이정돈 씨의 병환이었다. 작은 체격으로 힘겨운 운동을 견뎠던 이은비지만, 위암 말기로 고생하는 아버지를 곁에 두고 운동에 집중하기는 너무 힘들었다.

그런 이은비가 핸드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권유 덕분이었다. 병상의 아버지는 “이제 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딸의 복귀를 권했다. 이은비는 몸을 만들기 시작했고, 한 달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과 재활에 집중했다. 은퇴 당시 “다시 핸드볼을 하겠다고 하면 팀에 돌아올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던 김갑수 부산BISCO 감독도 복귀를 도왔다.

이은비는 홈 코트나 다름없는 부산 기장에서 시작된 2라운드 2차리그부터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그녀는 7일 “코트에서 뛰어본지 이제 5일이다. 긴장, 부담감도 들지만 쉬다 와서 그런지 열정도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인 스피드는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였다. 오히려 “(바깥에 있다 와서) 지금 핸드볼이 더 잘 보인다”고도 했다. “팀 적응이나 체력은 감독님이 배려해줘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은비는 여전히 “언제까지 핸드볼을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악물었다. 이날 경기에서 그녀는 1득점·2어시스트로 조금씩 전성기의 실력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팀은 23-27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아직 이은비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다.

기장|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