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희야, 내 우승재킷 입고 너도 꼭!” 전인지 아름다운 우정

입력 2013-07-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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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김지희(오른쪽). 사진제공|KLPGA

전인지-김지희(오른쪽). 사진제공|KLPGA

■ KLPGA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선 이런 일이

골프계 속설 듣고는 친구 첫승 위해 선심

“한국가면 우승재킷 빌려줄게.”

동갑내기 골퍼 전인지(19·하이트·사진왼쪽)와 김지희(19·넵스·오른쪽). 전북 군산 출신의 전인지와 경남 창원이 고향인 김지희는 고교 시절부터 국가대표 상비군을 함께 지내며 가까워졌다.

먼저 프로가 된 건 김지희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정회원을 획득했고 2012년 KLPGA 정규투어에 올라와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전인지는 작년까지 2부 투어에서 활동한 뒤 올해부터 정규투어에서 뛰고 있다.

우승은 전인지가 먼저 했다. 6월 23일 끝난 한국여자오픈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 첫 해 우승을 신고했다. 먼저 프로가 되고도 우승을 하지 못한 김지희는 1년 늦게 프로에 올라와 먼저 우승을 차지한 친구가 부러웠다.

7일 중국 웨이하이의 웨이하이 포인트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금호타이어 여자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전인지와 김지희는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프로에 와서는 처음 함께 경기했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가 끝나면 친구의 우승에 작은 보탬을 주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우승재킷을 빌려주기로 한 것.

5년 전. KLPGA 투어에선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김보경(27·요진건설)과 홍란(27·메이츠금융), 서희경(27·하이트)은 동갑내기 친구다. 김보경과 홍란은 2005년, 서희경은 2006년부터 프로 무대에 진출했다.

셋은 우승 없이 3∼4년을 보냈다. 그러다 김보경이 2008년 5월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물꼬를 텄다. 김보경은 우승재킷을 친구인 홍란에게 입혀줬다. 그랬더니 한 달 뒤 홍란이 KB국민은행 스타투어 2차 대회(6월)와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7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홍란은 두 번째 우승에 성공한 뒤 우승재킷을 낙생고등학교 동창이자 단짝인 서희경에게 입혀줬다. 한 달 뒤, 똑 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이번에는 서희경이 하이원 채리티여자오픈(8월)에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당시 서희경은 “친구의 우승재킷을 입어 본 뒤 기를 받고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그해 김보경 1승, 홍란 2승, 서희경은 6승을 기록하며 ‘86년생’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전인지는 친구에게 선뜻 우승재킷을 빌려주기로 약속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럼 저도 우승재킷 빌려줘야죠. (김)지희야 너도 빨리 우승해라.”

웨이하이(중국)|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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