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월드리그 男 배구 ‘기적의 생존’

입력 2013-07-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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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협회·연맹이 도와야할 때

한국남자배구가 2013월드리그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포르투갈과 마지막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두며 C조 3위로 올라섰다. 제대로 된 지원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많은 것을 희생해가며 한국배구의 자존심을 지킨 선수단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내년 9월19일부터 인천에서 벌어지는 아시안게임으로 눈을 돌릴 때다. 국제대회 경쟁력은 아마추어 뿐 아니라 프로배구 V리그의 흥행을 위해서 필요하다. 프로야구가 국내 프로스포츠의 리더가 된 것은 구성원들이 탄탄한 시스템을 만들고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다양한 요소를 개발한 것도 있지만 국제대회 경쟁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두 차례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보여준 선전과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최초로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효과가 크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성인배구의 중요한 시험대다. 현실적으로는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호의 찬스다. 각 팀의 주전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V리그도 큰 혜택을 본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현재 돈과 인력은 프로에 있다. 대표팀은 협회 주관이다. 명분을 가졌다. 주도권 싸움은 필연적이다. 협회는 연맹에 지원만 해달라고 했다. 연맹은 돈만 내고 생색은 혼자 내는 협회에 정성을 다해 도와줄 기분이 아니었다. 지금도 두 조직은 서로를 넘본다. 이런 마음으로는 진정한 협력도 미래도 없다. 팬들은 누가 생색을 내느냐에 관심이 없다. 양 조직의 실무자가 만나 가이드라인을 정할 때다. 선수선발과 지원에서부터 시작해 훈련일정 코칭스태프 구성 등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 국제대회는 그 나라의 스포츠인력과 경제력 등 모든 것을 모아 총력전을 벌이는 창조의 전쟁이다. 이런 상황에 조직과 개인을 앞세우면 답이 없다. 지금처럼 국제대회에 단 한명의 전력분석원이 나가면 창피하다. 월드리그 때 핀란드는 4명의 전력분석원이 한국에 왔다. 그들은 한국팀을 보고 놀랐다. 우리는 협회에 인력이 없어 대한항공 직원을 차출했다. 대표팀 일당도 주지 못했다. 노력봉사를 반복하다보니 국제대회를 하면서 모아 놓은 데이터도 없다.

정말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원한다면 최고의 인재를 모아야 한다. 선수가 모자라면 외국인선수를 귀화시키고 한국인의 피가 조금이라도 흐르는 선수들에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

방법은 배구인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더 근본적인 대책도 세워야 한다. 올림픽을 대비한 4년 주기와 10년 이상의 장기계획이다. 초등학교, 중학교의 어린 선수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큰 유망주를 뽑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프로가 돈과 인력, 기술을 지원하고 협회가 집중관리하면서 이들을 등급별 국가대표로 키워내는 로드 맵을 그려야 한다. 태국은 이런 방식을 통해 아시아의 배구강국이 됐다. 기술이 있는 키 큰 선수가 없다고 한탄만 할 때가 아니다. 유망주를 뽑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고 지원해서 대한민국 배구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이들이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면 V리그는 더욱 발전한다. 이것이 선순환 구조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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