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대표팀 은퇴한 여오현 세계선수권 예선 차출 잡음

입력 2013-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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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오현. 사진제공|발리볼코리아닷컴

여오현. 사진제공|발리볼코리아닷컴

협회 결정에 소속팀 현대캐피탈·연맹은 난색

한국 남자배구가 여오현(현대캐피탈·사진) 딜레마에 빠졌다.

그동안 국가대표로 12년을 봉사했다. 이제 36세다. 어지간한 선수였다면 벌써 은퇴했을 나이다. 그래서 2012런던올림픽 예선을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삼성화재 소속이었던 지난해 6월이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대표팀을 위해 그 정도 수고했으면 이제는 편히 소속팀에서 몸 관리 해가며 마지막 선수생활을 하라’며 배구인과 팬들은 대표팀 은퇴에 박수를 쳐줬다. 여오현이 빠진 자리에는 이강주(삼성화재)와 부용찬(LIG손해보험)이 들어갔다. 2013 월드리그에서 이들이 활약했다.

비록 본선에는 가지 못했지만 대륙간라운드에서 3위를 차지해 예선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대표팀 리베로 자리에 여오현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한배구협회가 9월4일부터 8일까지 일본 고마키에서 벌어지는 2014세계남자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전 최종라운드에 참가할 대표팀을 선발하면서 여오현의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 현대캐피탈이 난처해졌다. 차출거부를 내심 생각하지만 여론도 의식해야 한다.

현대캐피탈은 명분을 말한다. 대표팀 은퇴선수에게 의견도 물어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대표팀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구단이 은퇴를 핑계로 대표팀 차출을 거부할 의도라고 본다.

여오현의 이름이 또 나온 것은 7월28일 끝난 코보컵에서의 활약 때문이다. 코트에서 투지를 불사르며 동료들을 격려하고 어려운 볼도 쉽게 받아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표팀 박기원 감독은 최고 컨디션의 선수를 추천했고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이를 승인했다.

표면적으로는 여오현 문제지만 따지고 보면 그동안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를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한 대한배구협회의 선수관리에 대한 한국배구연맹과 프로팀의 불만이다.

이번 월드리그에서 발생한 문성민의 부상 때 모든 것이 드러났다. 협회는 소속 구단과 잘 협의해서 문제를 처리했다고 했지만 팀의 귀중한 자산을 큰 위험에 노출시켰던 현대캐피탈의 생각은 달랐다. 협회는 대표선수들을 위한 상해보험조차 들어 있지 않았다.

문성민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만일 선수생활을 못할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당했거나 비극적인 일을 당했을 경우 대비책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연맹과 구단은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연맹의 대답은 구단과 잘 협의해서 잘 하겠다는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이었다. 신뢰의 프로세스와 대표선수 관리규정의 미비가 프로팀과 연맹으로 하여금 국가대표팀 선발에 대해 불만을 갖게 하는 근본 원인이다.

한편 KEPCO는 라이트 서재덕(무릎)과 센터 하경민(허리)의 진단서를 첨부해 대표팀 소집 이 어렵다고 했고 LIG손해보험도 라이트 김요한이 허리부상을 이유로 진단서를 협회에 제출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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