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의 한 수…수원의 허를 찔렀다

입력 2013-08-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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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경기 만에 승자가 됐다. 3일 슈퍼매치에서 헤딩 골을 터뜨린 서울 김진규가 환호하는 서포터스를 향해 승리의 ‘V’ 를 그려 보이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10경기 만에 승자가 됐다. 3일 슈퍼매치에서 헤딩 골을 터뜨린 서울 김진규가 환호하는 서포터스를 향해 승리의 ‘V’ 를 그려 보이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서울 3년만의 V ‘슈퍼매치의 재구성’

경기전: 수원압박 예상 파울유도·체력안배
경기중: 잘 버틴 4-4-2…높이와 힘 역이용
경기후: 서정원 감독 진심어린 축하 ‘훈훈’


승패가 갈리는 시간은 단 90분.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수십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7월31일 제주와 경기직전 취재진이 수원 삼성에 대해 묻자 “지금 머릿속은 9.5(제주) 대 0.5(수원)다. 오늘 경기 후 수원 전을 생각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제주를 1-0으로 이긴 직후부터 수원 잡을 묘책을 고민했을 것이다. 최 감독이 3일 홈에서 수원을 2-1로 누르며 3년 만에 슈퍼매치에서 짜릿한 승리를 맛봤다. 정식감독 부임 첫해인 작년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승승장구한 최 감독에게 슈퍼매치는 옥에 티였다.

서울은 2010년 8월28일 이후 수원과 9경기(FA컵 1경기 포함)에서 2무7패였다. 최 감독이 서울 지휘봉을 잡은 뒤 전적은 2무5패. 드디어 서울이 웃었다. 서울의 자랑 수트라이커(수비수+스트라이커)가 또 일을 냈다. 전반 29분 몰리나의 코너킥을 아디가 머리로 받아 넣은데 이어 후반 8분 몰리나의 프리킥을 김진규가 감각적인 헤딩으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수원은 후반 34분 조지훈의 만회골로 영패를 면했다. 서울은 최근 홈 6연승을 내달리며 승점 35로 선두 포항(42), 2위 울산(41)을 추격했다. 경기장에는 4만3681명이 입장해 올 시즌 최다관중 기록을 세웠다. 서울의 슈퍼매치 승리 과정을 복기했다.


● 비포


최 감독은 수원의 강한 압박을 예상했다. 선수들에게 반칙을 유도하라 일렀다.(실제 파울횟수 서울6, 수원20. 경고는 서울2, 수원3. 서울 경고 1장은 골키퍼 김용대의 시간지연)

더운 날씨도 염두에 뒀다. 초반부터 오버페이스하지 말고 90분 동안 체력 안배할 것을 강조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도 신경 썼다. 인터뷰 때 선수들에게 도발금지령을 내렸다. 쓸데없는 말로 상대의 전의를 불태우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작년 런던올림픽 한일전(3,4위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사전인터뷰에서 절대 일본을 자극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최 감독은 마지막으로 “우리 지금까지 9번 못 이기지 않았느냐. 또 져도 잃을 게 없다. 편하게 하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속마음이야 그렇지 않았겠지만 자신부터 긴장감을 감춰야 했다. 선수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려 했다.


● 90분

경기는 예상 밖으로 흘렀다. 의외로 수원이 초반 15분을 지배했다.

수원 서정원 감독이 “서울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이 넓은 것을 집중 공략하라”고 주문한 것이 잘 맞아들었다. 그러나 사실 서울은 이 공략 법에 익숙하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좀 더 공격적인 축구를 위해 주 포메이션을 작년의 4-3-3에서 4-4-2로 바꿨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1명 줄다보니 서울을 만나는 모든 팀이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노린다.

서울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특히 하대성과 고명진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자기 자리를 지켜준 게 주효했다. 최 감독이 평소 가장 강조하는 포지셔닝의 힘이었다.

전반 중반 이후 서서히 서울 쪽으로 흐름이 넘어 왔다.

서울은 라돈치치와 스테보를 앞세운 수원의 높이와 힘에 늘 고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높이와 힘을 역이용했다. 문전 근처에서 공중 볼이 뜰 때마다 수원은 긴장했다. 긴장감은 선수들의 발을 묶고 집중력을 흐트러지게 했다. 수원은 최근 서울 수비수들이 연일 세트피스마다 골을 넣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했다.

서울이 2골 차로 달아나며 승부가 기울었다. 서울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4개 클럽 중 볼을 가장 잘 돌린다. 최 감독은 후반 26분 한태유를 넣어 약점이던 중원 아래 부분을 보강했다. 경기 막판 최효진과 에스쿠데로 투입도 주효했다. 이들은 빠른 발과 강한 체력으로 상대 측면 요원들의 돌파를 원천봉쇄했고 역습 때 카운트 어택을 노리며 다급한 상대를 괴롭혔다.


● 애프터

전쟁 같던 경기가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다. 분위기는 훈훈했다.

서정원 감독은 “그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최 감독에게 축하 한다”고 말한 뒤 “다음에는 우리가 이겨 더 흥미로운 슈퍼매치 구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최용수 감독도 “역시 수원다운 좋은 경기를 했다. 우리가 승리를 가져왔지만 두 팀 모두 팬들을 위해 좋은 축구를 했다”고 패장에게 덕담을 건넸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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