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에서 라이벌 서울의 골문에 귀중한 만회 골을 꽂아 넣은 수원 조지훈(오른쪽)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상암|박화용 기자
10경기, 3년여 만에 찾아온 상처는 쓰라렸다. 그래도 수원은 강했다. 호화 전력의 서울에 비해 모기업(삼성전자) 차원에서 내려진 운영비 절감 지시의 직격탄을 맞은 수원이다.
용병도 한 명(서울은 에스쿠데로를 후반 교체 투입해 총 4명의 외국인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섰다). 이름값부터 격차가 큰 출전 엔트리만 보면 서울이 압도해야 마땅한데, 수원은 대등하게 싸웠다. 공식 기록상의 볼 점유율 51대49, 점유시간도 28분32초의 수원이 서울(27분48초)보다 오히려 길었다.
이유는 분명했다. 중원에서 수원이 유리하게 풀어갔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킥오프 전 “전·현직 국가대표 대결”이라고 정의했다. 홍명보호 일원으로 동아시안컵에서 활약한 윤일록-하대성-고요한(이상 서울)에 맞선 대표팀 출신 홍철-서정진-이용래(이상 수원)는 뒤지지 않았다. 주장 오장은을 비롯한 고참들도 서울전 이틀 전부터 합숙을 자청, 경기도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지내며 분위기를 다졌다. 수원이 마치 서울에 질 때가 된 듯한 외부로부터의 부정적인 시선도 선수단을 더욱 끈끈하게 했다.
여기에 새로운 ‘수비형 킬러’의 등장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서울 용병 공격수 데얀은 늘 수원에 약했는데, 이번에도 한계가 뚜렷했다. 프로 4년차 중앙 수비수 민상기가 데얀을 틀어막았다. 과거 슈퍼매치에서 곽희주가 해온 역할을 민상기가 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민상기가 데얀을 막으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그런 상황은 막겠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용병 이탈과 정대세의 부상으로 공백이 큰 화력을 채우기 위해 수원이 선보인 ‘제로(0) 톱’ 공격도 정착됐다. 유일한 용병인 브라질 공격수 산토스는 경기당 12km 이상의 놀라운 활동량을 보여주며 희망을 안겼다. 조지훈의 만회 골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예측할 수 없는’ 공격 루트가 서울 수비를 몰고 다니며 생긴 공간의 힘이 컸다.
서 감독도 “활력소가 생겼다. 걱정에 비해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암|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