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봉 감독님이 ‘밥 한 끼 먹자’ 해서 ‘설국열차’에 타게 됐죠”

입력 2013-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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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줬던 고아성은 ‘설국열차’를 통해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할리우드 에이전시도 소개받고 해외영화 출연도 제안받았다. 당장의 과제는 유럽 유학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괴물’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줬던 고아성은 ‘설국열차’를 통해 더 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할리우드 에이전시도 소개받고 해외영화 출연도 제안받았다. 당장의 과제는 유럽 유학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설국열차’ 송강호 딸 요나 역 고아성

7년 전 중학생 때 ‘괴물’로 스크린 데뷔
그땐 ‘아저씨’였던 송강호 이젠 ‘선배님’

틸다 스윈튼 연기 질투날 정도로 인상적
친해진 이완 브렘너, 에이전시 소개해줘

새 영화 ‘우아한 거짓말’ 출연 바쁜 일정
당장의 꿈은 유럽 교환학생 기회 얻는 것

7년 전. 중학생이던 고아성은 배우 송강호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그의 딸 역으로 영화 ‘괴물’에 출연하던 때다. 대학생이 된 지금, 고아성은 송강호를 “선배님”이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시간은 그를 성숙하게 했다.

‘괴물’은 고아성(21)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봉준호 감독 그리고 송강호와 나눈 인연을 시작한 영화였다. 1일 개봉한 ‘설국열차’에서 고아성은 두 사람과 다시 만났다. 이번엔 마음이 달랐다. ‘괴물’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한 감상들이 머리를 채웠다.

“이제 목표가 분명해졌다. 봉준호, 송강호 두 분의 기대에 미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렇지 못하면…, 스스로 속상하고 죄송할 것 같다.”

고아성이 ‘설국열차’를 만난 건 2009년. ‘괴물’ 이후에도 자주 안부를 주고받았던 봉 감독이 “밥 한 끼 먹자”고 연락을 해왔다. 그렇게 한 자리에 모인 송강호와 고아성에게 봉준호는 ‘설국열차’를 꺼냈다. 함께 해 보자는 거였다.

“그 뒤 4년 동안 다른 영화에 참여도 했지만 마음엔 늘 ‘설국열차’가 있었다. 이번처럼 내 마음 깊이 담을 영화를 또 만날 수 있을까. 4년 동안 어떤 것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다. 예전엔 음악도, 그림도 많이 좋아했는데.”

영화는 초반부터 빠르게 관객을 모아 400만을 돌파했다.

“‘괴물’ 땐 처음이라 모르고 지나간 게 많았다. 나중에야 알았다. 모든 영화에 대한 반응이 다 ‘괴물’ 같지 않다는 걸. 하하!”

배우 고아성. 사진제공|모호필름

배우 고아성. 사진제공|모호필름


영화에서 고아성은 17년 동안 멈추지 않고 빙하기를 맞은 땅을 내달리는 기차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녀 요나를 연기했다. 기차의 보안설계자 송강호의 딸이자 또 다른 인류를 시작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어릴 때부터 틈 날 때마다 배운 영어” 덕분에 고아성은 영화에서 영어 대사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덕분에 함께 출연한 외국 배우들과도 친분을 나눴다.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배우는 총리 역의 틸다 스윈튼이다.

“틸다가 처음 등장하는 연설 장면을 촬영장에서 보던 때가 아직 생생하다. 부끄럽기도 했고, 질투 비슷하게 탐이 나기도 했다. 내 삶의 어귀마다 그 모습이 불현듯 떠오를 것만 같다.”

팔이 잘리는 남자 앤드류를 연기한 영국배우 이완 브렘너는 고아성이 촬영장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상대. ‘설국열차’에서 맺은 둘의 우정은 서로를 향한 응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활동 중인 이완 브렘너는 자신의 에이전시를 고아성에게 소개했다.

“확정한 건 아직 없다. (미국)에이전시 몇 곳에서 연락을 받았지만 급할 것 없다. 할리우드가 배우의 종착역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곳이 배우의 생명을 연장해준다는 말에는 동의 하니까.”

고아성은 더 적극적인 활동에 나선다. 이달 중순부터 새 영화 ‘우아한 거짓말’ 촬영을 시작한다. 동생의 자살 이유를 추적하는 언니의 이야기다. 동시에 ‘설국열차’에 참여한 프랑스인 스태프가 만드는 새 영화 출연을 놓고도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영화도 중요하지만 당장 이루고픈 건 교환학생이다. 성균관대 사회과학부에 재학 중인 그의 목표는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 유럽이다. 요즘은 교환학생을 위한 영어 자격시험 준비에도 한창이다.

고아성은 아역 연기자들이 성인으로 넘어올 때 흔히 거치는 성장통을 겪지 않았다. “소녀가 여인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편안하게 여긴 덕분이다.

“천천히 가고 싶다.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교복을 입는 역이다. 연기자는 실제보다 좀 천천히 나이 들어도 되지 않을까.”(웃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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