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던 걸그룹 크레용팝이 ‘일베’ ‘모방’ ‘음원사재기’ 등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휘말리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제공|크롬엔터테인먼트
“무관하다” 주장에도 광고·행사 끊겨
“표절·음원 사재기 의혹도 사실무근”
소속사 늑장 대처가 되레 화 키워
독특한 춤과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크레용팝이 ‘매머드급’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크레용팝은 신곡 ‘빠빠빠’를 통해 선보인 ‘직렬 5기통 춤’으로 온갖 화제를 뿌리고 있지만, 잇따라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급기야 광고 및 다큐멘터리 출연, 각종 행사 등이 취소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 “잇단 논란, 전부 사실 아냐”
이들은 데뷔 초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통용되는 은어를 사용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노무노무’와 ‘쩔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인기가 올라갈수록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최근에는 일본 그룹 표절과 음원 사재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소속사 크롬엔터테인먼트는 21일 “절대 의도치 않았다”고 사과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가장 격렬한 논쟁이 되고 있는 ‘일베 논란’에 대해 “굳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만한 단어를 사용할 이유도 없고, 그 단어들이 비하의 의미로 이용되고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해명했다. 크레용팝의 팬사이트 홍보 게시판에 ‘일간베스트’ 사이트가 연동된 것도 “팬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기 위해 여러 사이트를 홍보 게시판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Z’의 의상과 전체적인 콘셉트가 비슷해서 불거진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여자 DJ.DOC가 롤모델”이라며 “지난해 활동 당시부터 트레이닝복을 입었고, 헬멧도 머리를 부각시키기 위해 착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음원 사재기를 통한 순위 조작 의혹도 “단연코 불법 사재기나 조작은 없었다”면서 “멤버의 아버지가 대형 유통사의 사장이라는 루머도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 “노이즈 마케팅?”
사실 크레용팝이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계기는 노래도, 춤도 아니었다. 멤버들이 정치적 성향이 담긴 단어를 사용하고, 소속사 대표가 ‘일베’ 회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크레용팝’이라는 그룹이 있다는 사실이 더욱 널리 알려졌다. 소속사 측이 아무리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해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크롬엔터테인먼트 황현창 대표는 “‘일베’ 회원이거나 활동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이런 논란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선택해 이미지 훼손을 자초할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크레용팝의 논란이 커진 데에는 소속사의 늑장 대응도 한 몫 거들었다.
소속사는 각종 논란이 불거져도 어떠한 해명이나 대응을 하지 않아 불신을 키웠다. 한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매니지먼트를 해보지 않은 기획사라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대중과 소통하는 데에도 서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언론 홍보 등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