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록 좀 들었다는 분들 놓치면 후회할 무대

입력 2013-08-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시골청년 조니(오른쪽)가 도시에서 만난 여자 왓서네임과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장면.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은 슈퍼밴드 그린데이의 신나고 화끈한 음악이 90분 동안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록오페라다.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촬영: Turner Rouse Jr)

■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내한공연

‘그린데이’ 걸작 앨범, 뮤지컬로 재탄생
90분간 폭주하는 넘버 ‘록오페라’ 방불

내달 5일부터 한남동 블루스퀘어 무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 그대로 출연

아직 오르지 않은 막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가 하면 깔깔대는 웃음소리도 들린다. 누군가는 쿵쾅쿵쾅 뛰어다닌다. 막이 오른다. 관객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뒤돌아 선 배우들의 뒤태다. 이들 뒤로는 수많은 TV 화면이 눈을 번뜩이며 무대 벽을 메우고 있다. 일순 배우들이 뒤돌아 관객과 눈을 마주친다. 꿈에서도 잊지 못할 익숙한 기타 리프와 함께 무대가 팽창하는 듯한 착시감에 빠진다. 바로 이것을 기다려 왔다! 아메리칸 이디엇!


● “주크박스가 아닌 록오페라로 불러다오”

9월 5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일본 도쿄국제포럼에서 미리 만난 ‘아메리칸 이디엇’은 미국의 슈퍼밴드 그린데이의 걸작 앨범 ‘아메리칸 이디엇’의 수록곡들로 꾸린 뮤지컬이다. 가수나 밴드의 히트곡을 모아서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맘마미아’가 대표적이다)로 볼 수 있지만, ‘아메리칸 이디엇’의 연출가이자 빌리 조 암스트롱(그린데이의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과 공동으로 대본을 쓴 마이클 메이어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아니라 록오페라”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아메리칸 이디엇’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풍운의 꿈을 안고 도시에 나갔다가 쓴맛 톡톡히 보고 귀향하는 시골 촌놈들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한 놈(조니)은 형편없는 마약중독자가 되고, 또 한 놈(터니)은 군인이 돼 중동전투에 참전했다가 한쪽 다리를 잃고, 마지막 한 놈(윌)은 두 친구와 도시로 나가려다 여자친구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고향에 남아 매일 술을 마시며 산다.


● 가슴으로 경험하는 90분의 헤드뱅잉

세 시간짜리 ‘대하 뮤지컬’이 흔해진 요즘 세상에 러닝타임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 ‘아메리칸 이디엇’은 어쩌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매우 떨어지는 작품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면 안다. 이 작품이 왜 90분짜리인지. 감정이 분출을 넘어 폭발을 일으키고, 종내 폭주로 마무리되는 뜨거운 공연. 관객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90분간의 헤드뱅잉을 경험하게 된다. 굳이 그린데이의 팬이 아니더라도 “왕년에 록 좀 들었다”는 사람이라면 간만에 아드레날린이 폭포수처럼 솟구치는 황홀경을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테마곡인 ‘아메리칸 이디엇’(American idiot)을 포함해 ‘교외의 예수’(Jesus of Suburbia), ‘홀리데이’(Holiday) 등 정말 단 한 곡도 빼고 싶지 않다.

더욱 놀라운 사실.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은 그린데이의 앨범 수록곡(뮤지컬에서는 두 곡이 추가됐다)을 고스란히 뮤지컬 넘버로 이식했을 뿐만 아니라 앨범에 수록된 순서대로 스토리를 끌어간다.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는 이 앨범을 구입한 뒤 음악과 가사에 매료되어 수 주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몇 번이고 들었고, 결국 “겁나게 멋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뮤지컬로 만들 구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9월 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션 마이클 머레이(조니), 다니엘 C. 잭슨(세인트 지미), 토마스 해트릭(터니), 케이시 오패럴(윌) 등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팀 출연.

이런 공연이라면 몸과 뇌를 탁 풀어놓고 90분간 ‘이디엇’(바보)이 되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도쿄(일본)|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