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천안함’ 돌연 상영중단…왜?

입력 2013-09-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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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프로젝트’를 제작한 정지영 감독(위 오른쪽 사진)과 영화 속 장면들. 배우 강신일(아래 사진 왼쪽)은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사진제공|아우라픽처스

개봉 3일째 메가박스 중단 통보
“분명 정치적 이유서 벌어진 일”
영화계·제작사 오늘 기자회견

관객의 볼 권리를 제약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의 것일까.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천안함’)의 이례적인 상영 중단을 둘러싼 영화계 안팎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관객수가 줄면서 상영을 마무리하는 일반적인 극장 시스템과 달리 ‘천안함’은 개봉 3일째에 돌연 상영 중단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천안함’은 단관 극장과 더불어 전국에 극장망을 갖춘 멀티플렉스 체인으로는 유일하게 메가박스에서도 상영돼 왔다. 이에 힘입어 개봉 첫날인 5일과 6일 각각 1300명씩의 관객을 모아 이틀 연속 다양성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매일 약 30여개의 스크린을 배당했던 메가박스는 6일 밤 9시께 이 영화의 제작과 배급을 맡은 아우라픽처스에 “7일부터 상영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화로 통보해왔다. 메가박스의 결정이 나온 직후인 7일 ‘천안함’의 스크린은 6개로 줄었고, 일일 관객도 678명에 그쳤다.

메가박스는 상영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일부 단체의 강한 항의 및 시위에 대한 예고로 관람객과의 현장 충돌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우라픽처스는 “메가박스가 배급사와 협의를 거쳤다고 했지만 일방적인 통보”라며 “시위를 예고한 단체가 어디인지도 전달받지 못해 그 단체와 대화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우라픽처스 정상민 대표는 8일 “관객 안전을 위해서라면 시위가 예정된 극장만 조정하면 될 텐데 메가박스는 모든 전국 체인에서 상영을 중단했다”며 “여러 부작용을 예상하면서도 굳이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어떤 압박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2010년 3월 서해상에서 일어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그 원인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한 이 영화는 개봉 전 해군과 천안함 희생자 유가족들로부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당했지만 법원은 “영화는 표현할 자유가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영화계도 이번 논란에 주목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인정한 영화에 대해 극장이 상영을 중단한 건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 영화감독조합, 영화제작가협회, 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계 각 단체는 ‘천안함’ 제작사와 함께 9일 오전 11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정 대표는 “명백히 정치적인 이유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며 “과거에 이뤄진 검열이 앞으로 나올 한국영화에 또 적용될지 모른다”며 기자회견을 여는 이유를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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