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이겨야한다는 부담감 버려”

입력 2013-10-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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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스포츠동아DB

■ 멘토 박찬호가 송신영에게 건넨 가을야구 조언

송신영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어떤 얘길 해줘야 할까요?”


준PO 앞두고 송신영 집으로 편지·밤 상자 선물
넥센 후배들 개개인에게 구체적 충고도 덧붙여
“3·4차전 졌지만 팀 분위기 좋아…후배들 믿는다”


넥센 송신영(36)의 멘토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0)다. 둘은 2012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으며 인연을 맺었다. 송신영은 평소 “찬호 형의 야구실력뿐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야구에 대한 열정 등을 존경한다”고 말해왔다. 포스트시즌에 앞서 그는 박찬호에게 또 한번 큰 감동을 받았다.

● 박찬호가 송신영에게 보낸 선물과 편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직전이었다. 송신영의 집으로 밤 한 상자가 배달됐다. 발신자는 박찬호였다. 박찬호는 친필편지도 동봉했다. 편지에는 “20년 만에 고향(충남 공주)에서 추석을 보냈습니다. 하루 종일 부모님의 밤농사도 도왔는데, 막상 밤을 수확해보니 팔·허리 운동량이 상당했습니다. 부모님이 왜 허리와 무릎 때문에 병원에 다니시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고생하며 키우신 소중한 밤을 ‘아들에게 도움주시는 분들께 전해달라’고 보내셨습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한 톨 한 톨의 정성을 맛보아주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주변에 대한 나눔의 마음이 행간에 스며있었다. ‘대스타’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인연을 맺은 후배까지 챙기는 모습에 송신영의 마음은 찡했다. 송신영은 “히어로가 아니라 시골 옆집 형 같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놀라움과 고마움 속에 휴대전화를 잡았다.

박찬호가 송신영에게 보낸 편지(왼쪽)와 문자 메시지.


● ‘멘토’ 박찬호의 조언

당시 송신영은 가을잔치에서 베테랑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박찬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그는 연락이 닿은 김에 ‘멘토’에게 조언을 구했다. “우리 팀에는 가을잔치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제가 고참으로서 어떤 얘길 해줘야 할까요?” 박찬호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파이팅 하자.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하지만 질 수도 있다. 져도 괜찮은 각자의 상황을 만들어놓고 최선을 다하자. 시즌 마지막 경기처럼,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만 있으면 힘들어질 거야. 부담감 없는 마음에서 에너지와 집중이 더할 거다.” 이어 박찬호는 송신영이 후배 개개인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건네야 좋을지도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24승(98패)을 거둔 ‘코리안 특급’은 포스트시즌에서도 13경기에 출장했다. 2009년에는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까지 총 8경기에 나섰다. 1998방콕아시안게임과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굵직한 국제대회 경험도 많다. 박찬호는 자신이 큰 경기를 치르면서 얻었던 교훈을 고스란히 송신영에게 전달한 것이다.

● 송신영 “5차전? 팀과 후배들을 믿는다!”

준PO를 앞두고 송신영은 팀 후배들에게 ‘멘토’의 조언을 차분하게 들려줬다. 그는 “몇몇 후배들은 찬호 형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던 것 같다”고 했다. 준PO 1·2차전에서 연승을 거둔 넥센은 3·4차전에서 패하며 14일 최종전을 치르게 됐다. 송신영은 11일 잠실에서 열린 3차전에서 2006년 PO 이후 7년 만에 가을잔치에 출격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3-3으로 맞선 11회말 2사 3루 위기서 등판해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5차전을 앞둔 양 팀 사령탑은 결국 심리적 부분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고참의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 송신영은 “3·4차전에서 졌지만 팀 분위기는 아무렇지도 않다. 난 우리 팀과 후배들을 믿는다”며 준PO 최종전을 겨냥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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