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민병헌 “어머니 보셨죠…꼭 호강 시켜드릴게요”

입력 2013-10-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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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민병헌. 스포츠동아DB

두산 민병헌이 홀어머니에게

사랑하는 엄마, 오늘(20일)도 아들 야구하는 거 본다고 TV 앞에 앉아계셨겠네요. 포스트시즌에 타격감이 떨어져서 제대로 안타를 못치고 있지만, 좋은 동료들과 함께 경기하는 덕분에 엄마에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있네요.

제가 열심히 야구를 하면서 버텨온 것은 오로지 엄마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는 거 알고 계시죠? 집안일만 하시던 엄마가 중1 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돌아가신 뒤에 저 야구 계속 시켜야 한다며 생업에 뛰어드셨죠. 허드렛일을 하시는 엄마를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야구로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키워왔던 것 같아요.

프로 입단하면서 받은 계약금으로 겨우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거기에 만족할 수는 없었어요. 입단 초기 제가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힘들어할 때, ‘아들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엄마가 가만히 있어서 되겠느냐’고 말씀하셨죠. 힘들어하는 저를 보면서도 아무 말 없이 바라봐주실 때 저만큼이나 엄마 맘도 아팠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 때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어요. 꼭 프로선수로 성공해서 엄마가 집에서 편히 쉬실 수 있게 해드리겠노라고.

올해 초 환갑이 되면서 비로소 집에서 쉬고 계신 엄마를 보면 더 의지를 다지게 됩니다. 프로생활 하면서 처음으로 3할을 치면서 주변에선 ‘할 만큼 한 거 아니냐’고 이야기도 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3할 타율을 기록하면서 고민이 더욱 많아졌어요. 내년에도 어떻게 해야 올해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도 해요. 1년 ‘반짝’ 잘 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엄마의 사랑에 보답하려면 아직도 제가 이뤄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다시는 엄마를 고생시켜드리고 싶지 않아요. 편하게 아들이 야구하는 거 보시면서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게 해드릴 겁니다. 그래야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도 떳떳한 아들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엄마, 부족한 아들을 항상 믿고, 아낌없는 사랑 주셔서 고마워요. 이 아들이 꼭 호강 시켜드릴게요. 지켜봐주세요.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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