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컴백’ 루시드폴 “음악에 삐쳐 있던 나와 화해”

입력 2013-10-2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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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의 음유 시인’이 소소한 일상을 담은 어쿠스틱 음악으로 돌아왔다.

가을이 완연한 어느 날 강남 가로수길에서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38)을 만났다. 가을과 어울리는 갈색톤의 의상에 검은색 뿔테, 머플러로 멋을 낸 루시드폴은 홀짝홀짝 커피를 마셨다.

루시드폴은 꼼꼼하고 섬세한 감수성과 남다른 디테일을 가진 해석력에 시적인 가사, 속삭이듯 부르는 창법으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학사, 스웨덴 왕립공대 석사, 스위스 로잔공대 박사 출신이라는 점과 스위스화학회 '폴리머 사이언스 부문' 최우수 논문 발표상 수상, 의료용 물질 미국 특허를 출원 등 소위 ‘연예계 최고 학벌’ 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루시드폴은 23일, 정규 6집 앨범 ‘꽃은 말이 없다’를 발표하고 팬들 곁으로 찾아온다. 지난 2011년 12월 발매한 정규 5집 ‘아름다운 날들’ 이후 2년 만이다.

그는 지난여름 자신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멜로디로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가사로 살을 입혔다. 음악이라는 공통분모에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소리와 내면의 자신을 오마주 했다. 이제 그 위로가 담긴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려 한다.

“지난해 나는 내 음악에 삐쳐있었어요. 노래를 쓴다는 것 자체를 무가치하게 느낄 정도였죠. 그러다 올 초 공연을 통해 잊고 살았던 지난 노래들을 들으며 제 자신과 화해했고 음악을 하는 이유를 다시 깨닫게 됐어요.”

전 트랙을 어쿠스틱 악기로 녹음한 그는 ‘소리’에서 답을 찾았다. 연주로 시작해 마스터링 작업까지 고유 소리를 지키되 멜로디에 힘을 불어넣는 작업을 반복하며 청자로 하여금 자신의 목소리와 악기의 울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단히 애썼다.

이 밖에도 루시드폴은 오는 11월 6일부터 17일까지 총 10일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K-아트홀에서 컴백 기념 콘서트를 개최하고 팬들을 만난다.

깊은 고민과 노력이 돋보인 악기 편성에 일상을 노래하는 시적인 가사가 가을바람과 함께 대중들의 마음으로 흘러들기를 바라본다.



▶음악 앞에서 루시드폴은 말이 없다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어떻게 지냈나.
“최근까지 작업하며 바쁘게 살았다. 그 사이 살이 많이 빠졌다. 그래도 앨범을 발매하게 돼 기쁘다.”

-‘꽃은 말이 없다’는 어떤 앨범인가.
“어릴 적부터 꿈꾸던 어쿠스틱 앨범이다. 자연주의는 아니지만 통기타와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전자 기타보다 좋았다. 이번 앨범은 소스 녹음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기타 소리부터 곡에 사용되는 소리를 제대로 내고 명확히 잡아내려고 애썼다.”

-새 앨범에 특징을 꼽자면.
“10곡의 노래에 기타와 튜닝, 줄이 모두 다르다. 기타도 5대나 새로 샀다. 보컬․연주 마이크도 샀다. 그만큼 ‘소리’에 투자를 한 앨범이다. 믹스 할 당시에도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주문했다. 그만큼 본연의 소리를 지키고 싶었다. 오토튠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보컬도 반복해서 불러서 완벽해지려고 노력했다. 미묘하게 바뀌는 소리조차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참 열심히 음악을 하는 것 같다.
“음악도 오래 하면 지치더라. 시들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청자에게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만큼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소리를 들려주는 게 중요하더라. 이번 앨범 작업은 녹음 작업이 정말 즐거웠다.”

-새 앨범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올해 늦봄부터 곡 작업을 시작했다. 대부분 북촌에 있는 집에서 작업했다. 하루하루 사는 이야기와 생각한 것들을 곡으로 써냈다.”

-앨범 혹은 음악의 대상이 있나.
“조용한 사람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 나 역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


▶조윤석과 루시드폴의 사이

-루시드폴은 어떤 남자인가.
“덜렁거리고 작은 것에 신경 안 쓰지만 음악 할 땐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려고 하는 그냥 남자다.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먼저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인 주장은 잘 내세우지 못하는 편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사실 지난해 개인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가 노래를 쓴다는 게 무가치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 노래에 내가 삐쳐있다고 할까. 공연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올봄 장기 공연을 하며 ‘그동안 내가 거창하지는 않아도 솔직하게 음악을 만들어 왔구나’라고 느꼈다. 그러면서 내 안의 나와 화해했다.”

-가사집 ‘물고기 마음’,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소설집 ‘무국적 요리’를 출판하고 작가로도 데뷔했다. 앞으로도 계속 음악과 글쓰기를 함께할 생각인가.
“오는 11월에 번역서가 또 나온다. 브라질의 유명 음악인이자 작가인 시쿠 부아르키의 소설 ‘부다페스트’다. 사실 이 책은 올 초에 마무리 지었다. 한동안은 책 대신 기타 공부에 빠져 살 듯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나.
“나는 엔터테이너가 아니기에 말이나 외모로는 즐거움 줄 수 없지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음반을 내며 사는 사람으로 살다 죽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기 자신을 지키며 사는 게 힘든 세상이다. 사람들이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음악이었으면 한다. 내 노래를 듣는 48분이 조금이라도 행복한 순간이 됐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안테나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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