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맨 오브 라만차’ 조승우·정성화, 관객을 ‘들었다 놨다’하는 명품연기

입력 2013-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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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이 더러운 것을 몰라서, 아픔을 몰라서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너무나 많은 고통을 알고 더러움을 알고 진절머리 나는 아픔을 알기 때문에 세상을 밝게 바라보려는 사람이다.”

19일 개막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프로듀서 신춘수, 연출 데이비드 스완)의 돈키호테의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우며 관객들에게 뭉클한 울림을 준다.

스페인의 작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Miguel de Cevantes)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신성 모독죄로 감옥으로 끌려온 세르반테스가 그곳에서 만난 죄수들과 함께 감옥 안에서 즉흥극을 하며 그동안 잊고 살았던 꿈과 희망을 그리는 이야기다.

‘맨 오브 라만차’가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돈키호테가 주막집 하녀이자 창녀인 알돈자를 기사로서 기꺼이 생명을 바치기로 맹세한 둘시네아 공주로 착각한 것처럼 세상은 관점의 차이라는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싶다면 관점을 아름답게 바라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자신의 꿈을 돌아보고 인생에 대한 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공감을 준다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가창력이 작품을 빛나게 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 세르반테스 역과 돈키호테 역을 오가며 연기한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트랜스젠더 록 가수를 완벽히 소화해낸 조승우의 존재감은 여기서도 빛났다. 지난여름 핫팬츠를 입던 언니는 사라졌고 허스키한 정의의 기사로 변신한 그의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특히 30대가 된 후 처음 돈키호테로 돌아온 조승우의 연륜이 묻어난 모습을 기대해도 좋다.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제19회 한국뮤지컬대상시상식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정성화 역시 진중한 모습의 세르반테스와 약간은 코믹한 모습의 돈키호테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풍부한 성량이 돋보이는 열창은 관객을 압도하기도 한다.

돈키호테의 충실한 하인 산초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 작품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이제는 ‘산초’ 캐릭터의 상징이 된 이훈진의 연기는 노련함이 보인다. 또한 동글동글한 귀여운 외모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준다. 이번에 새로운 산초로 합류한 정상훈은 특유의 코믹한 연기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뮤지컬 넘버 또한 스페인을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색과 라만차 기사다운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의 백미인 ‘임파서블 드림(Impossible Dream)’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의 마음과 눈물을 훔친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11월 19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문의 1588-5212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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