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김남일 이젠 나가줘” 인천 구단의 베테랑 예우법

입력 2013-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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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설기현(오른쪽). 스포츠동아DB

조정 과정도 없이 재계약 불가 통보
2년간 안정된 전력 이끈 공로 헛되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2002한일월드컵을 빛낸 ‘베테랑’ 김남일(36·사진 왼쪽)과 설기현(34·오른쪽·이상 인천 유나이티드)이 현역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인천구단은 10월 말 두 베테랑에게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둘은 올 시즌을 끝으로 2년 계약이 만료된다.

조동암 사장은 두 선수를 만나 “현재 연봉 수준으로는 재계약이 어렵다”고 말했다.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재계약 과정은 구단과 선수의 연봉 차이를 확인하고 이를 조정해 나가면서 합의를 이뤄 나가야하는데도 그렇지 못했다.

둘은 작년 인천에 입단했다. 허정무 전 감독과 송영길 인천시장의 간곡한 설득이 있었다. 시즌 초반 허 감독이 자진사퇴하며 부침을 겪었지만 두 베테랑은 무게중심을 잡으며 힘겨웠던 팀을 일으켜 세웠다. 19경기 연속무패(12승7무) 행진을 달렸고, 올 시즌 상위그룹 진출의 공을 세웠다. 김남일은 2시즌 동안 정규리그 58경기 4도움을, 설기현은 65경기 11골5도움을 올렸다. 경기 외적으로도 팀 체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하며 어린 선수들을 이끌었다.

하지만 인천은 내년 구상에서 이들을 핵심 전력에서 배제했다. 이번 재계약 논란이 단적인 예다. 고액 연봉과 리빌딩을 이유로 이들을 내치려는 모습은 흡사 토사구팽의 고사를 보는 듯 하다. 토끼를 잡으며 쓸모없어진 사냥개를 삶아먹는다는 중국 고사다.

김봉길 감독의 대응도 아쉽다. 최근 지역신문과 인터뷰에서 “프로는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시민구단의 한계다”고 말했다. 논란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김 감독은 작년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감독대행 딱지를 뗐다. 두 베테랑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며 2년 연속 안정된 전력을 꾸렸다. 그는 평소 인터뷰에서 “두 베테랑이 훌륭하게 팀을 이끌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김 감독이 둘을 핵심 전력으로 생각했다면 직접 잔류 요청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구단 관계자는 “시즌 중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협상과정에서 잔류와 이적, 지도자 연수 등 다양한 구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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