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우승 실패 책임” 김호곤감독 자진사퇴

입력 2013-12-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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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 김호곤 감독이 4일 우승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09년부터 울산을 이끌고 정규리그 2차례 준우승과 AFC 챔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작년 AFC챔스 우승 등 울산 제2의 르네상스 성과
“노장은 닳고닳아 사라지는것…5년간 행복했다”

울산현대 김호곤 감독(62)이 자진 사퇴했다. 김 감독은 4일 서울의 모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 놓는다”고 밝혔다. 울산은 1일 포항 스틸러스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0-1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정규리그 종료 사흘 만인 이날 김 감독은 “노장은 녹슬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닳고 닳아 사라지는 거다. 5년 간 울산에서 정말 행복했고, 멋진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9시즌부터 울산을 이끌어왔다.


● 내려놓음의 리더십

김 감독의 모토는 ‘내려놓음’과 ‘비움’이다. 처음에도, 마지막도 그랬다. 울산은 김호곤 체제에서 제2의 르네상스를 엮었다. 2011년 챔피언십(6강 PO) 2위와 리그컵 우승, 작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 해 AFC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전력이 약화된 올 시즌에는 우려 속에서도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젊은 사령탑 위주로 재편된 축구계 현실을 비쳐볼 때 지도자 인생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울산에서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도 과감했다. 고민은 짧았다. 포항전이 끝난 뒤 사퇴 결심까지 이틀이 필요했다. 포항전 직후 수면제와 와인 한 잔으로 잠을 청했고, 마음을 결정했다. 3일 K리그 대상 시상식이 끝난 뒤 울산 구단 권오갑 사장(프로축구연맹 총재)을 만나 “(내 재계약 문제로 인한) 구단 고민을 덜어드리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다음날 기자들과 코칭스태프, 일부 구단 직원을 모아 사퇴를 공식화했다.

가족에게도 철저히 함구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집을 나선 순간까지 “마음고생 시켜 미안했다”는 한 마디를 남겼을 뿐이다. 울산에 머물던 코칭스태프도 전날(3일) 늦은 밤에야 서울로 모일 것을 통보받았다. 분위기를 감지한 일부 제자들은 이날 오전, 수차례 스승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가장 미안한 게 날 믿어준 선수들이다. K리그 대상을 우리 선수들이 휩쓸었다. 말은 못했어도 추억은 남기고 싶어 기념사진 한 장 찍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가족과 잠시 외국이라도 다녀올 생각이다. 앞으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덧붙었다.

사령탑 공석이 된 울산은 빠른 시일 내 신임 감독을 뽑는다는 방침이다.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 조민국 감독, 김현석 전 울산 수석코치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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