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대한항공 4천만원·삼성화재 5천만원”

입력 2013-1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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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V리그에서 각 팀들은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당근책을 두루 활용한다. 현대캐피탈은 성과급과 마이너스 옵션을 갖춰 적절한 긴장감을 높였다. 1일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전에서 블로킹을 성공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천안|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V리그 구단들의 당근책

현대캐피탈, 팀별 승리수당 달리 지급
삼성화재 타이밍 따라…금액은 균등분배
러시앤캐시 무조건 현찰…“효과는 2배”
장뇌삼·보신탕 등으로 건강 챙기기도


NH농협 2013∼2014 프로배구 V리그 우승을 향한 각 팀의 전쟁이 치열하다. 경기는 코트에서 뛰는 6명의 선수가 하지만 뒤에서 열심히 지원하는 병참 능력에서 승패를 가르는 경우도 많다. 모기업의 경제적 능력과 프런트의 맨파워, 팬의 정성어린 응원이 중요하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각 구단은 아낌없이 주머니를 연다. 돈이 없으면 정성으로 대신한다.


● 적절한 베팅 타이밍과 n분의1의 삼성화재

11일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졌던 1라운드 마지막 경기.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현대캐피탈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1라운드 1위가 되면 선물을 주겠다.” 신 감독이 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아는 선수들은 힘을 냈다. 경기는 삼성화재의 3-0 완승으로 끝났고, 선두로 뛰어올랐다. 경기 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수고했다. 내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고 했다.

다음날 신 감독은 전화 한 통화로 구단 내부의 복잡한 행정절차를 끝냈다. 11월27일 한국전력 경기를 앞둔 삼성화재 선수들 앞으로 봉투가 하나씩 전달됐다. 1라운드 1위 보너스였다. 삼성화재는 시즌 성적 성과급을 따로 지급하지만 필요한 때마다 현장에서 판단해 특별 보너스를 준다. 지급 원칙은 전 선수들에게 똑같은 액수를 준다는 것. 팀워크를 위해서다.

선수에게 주는 보너스는 액수보다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그 타이밍은 승부사 신 감독이 본능적으로 안다. 신 감독이 선수들과 한 약속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지켜졌다. 결과도 빨랐다. 삼성화재 선수들이 신 감독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는 이유다.


● 현대캐피탈의 마이너스 옵션과 그래프

현대캐피탈 선수들도 보상금 체계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다. 1승당 2000만원이다. 대한항공을 이기면 4000만원이고, 삼성화재전 승리는 5000만원을 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승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메리트를 크게 높였다.

대신 마이너스 옵션도 있다. 신생팀 러시앤캐시와 우리카드에 지면 마이너스 2000만원이다. 전력이 떨어지는 신생팀에는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을 선수들에게 안겼다.

상위권에 있는 우리카드가 마이너스 옵션의 대상이 된 것은 의외다. 사연이 있었다. 시즌 전 기준을 정할 때만해도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 용병이 뛰지 않는 팀에 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한 규칙이다. 조만간 수정될 예정이다.

1라운드 4승2패로 8000만원의 성과급을 확보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11월28일 아산에서 우리카드에 0-3으로 패하면서 마이너스 2000만원으로 2라운드를 시작했다. 현대캐피탈도 1라운드 성과급 정산을 마쳤다.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삼성화재와 다른 점이다.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문성민은 상징적인 액수만 받는다. 지급방법은 온라인 송금이다. 회사 규정상 현찰거래를 금지하고 있어서다. 선수들은 경기 전에 현재 얼마가 저축됐는지를 알려주는 자신들의 그래프를 보고 힘을 낸다.


● 현찰 지급, 효과는 2배인 러시앤캐시

신생팀 러시앤캐시도 성과급이 있다. 개막 이후 8연패에 빠졌지만 격려 차원에서 2차례 나갔다. 11월5일 팀 개막전과 11월25일 대한항공전에서 56-54의 진기록을 세웠던 날이었다. 1000만원과 2000만원이 지급됐다. 드림식스 네이밍스폰서 때도 그랬지만 철저히 현찰이다.

통장에 찍힌 숫자보다는 빳빳한 현찰이 선수들에게 주는 효과는 더 크다. 승리수당을 따로 정했지만 아직 이겨본 적은 없어 격려금으로 대신했다. 최윤 구단주가 판단해 감동적인 경기를 했을 때 혹은 사기진작의 필요가 있을 때 쏜다.


● 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성도 있다

선수들의 기량에 영향을 주는 건 돈 말고도 정성이 있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대해주는 팀을 위해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다. 공격부담이 많아 피로가 쌓인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보약이 정성이다. 지난해 삼성화재 레오가 먹어서 효능을 입증한 산삼 장뇌삼은 현대캐피탈 아가메즈, LIG손해보험 에드가도 먹는다. 현대캐피탈 안남수 단장은 아가메즈를 위해 특별히 구입한 산삼을 달여서 12월1일 삼성화재 경기 이후 따로 줬다. 어느 여자팀은 베테랑 선수가 최근 체력이 떨어지자 보신탕도 먹였다. 남은 개고기는 특별히 베테랑만 먹을 수 있도록 따로 준비해달라고 주방에 부탁도 했다. 자국 음식을 먹고 동포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여자 외국인 선수를 위해 자주 이태원을 찾는 구단도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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