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균 “삼천포처럼 서태지 변기 가져올 용기 없어”

입력 2014-02-07 09:5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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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성균은 “드라마의 배경인 1994년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흘깃흘깃 멀리서 바라만 보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영화 ‘이웃사람’과 ‘범죄와의 전쟁’에서 섬뜩한 악역으로 얼굴을 알린 뒤 친근한 ‘삼천포’(응답하라 1994)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배우 김성균(34)이다.

“많이 달라졌죠. ‘범죄와의 전쟁’ 때는 저를 알아보고도 수군거리기만 했는데 이제는 ‘삼천포 씨 사진 좀 찍어요’라며 거리낌 없이 다가오세요.(웃음)”

그의 달라진 인기는 서울에서만이 아니다. 극 중 고향인 삼천포에서는 그를 넘을 스타가 없다. 실제로 삼천포에서 극단 생활까지 한 김성균이다.

“당시 함께 공연한 분들이 ‘삼천포에서의 인기가 장난이 아니니 빨리 한번 내려오라’고 하세요. 고마우면서도 신기하죠.”

‘응사 열풍’을 몰고 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김성균은 실제 나이보다 무려 열네 살 어린 삼천포 역을 소화했다. 주변의 우려에도 5 대 5 가르마의 가발을 눌러쓴 채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대학생이라는 섭외 제안을 듣고 당황했어요. 제작진과의 첫 만남 때 일부러 안 꾸미고 나갔죠. ‘이런 모습으로도 대학생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무언의 질문이었죠. 제작진의 의욕과 그들이 풀어내는 순수한 이야기가 흥미로워 용기를 냈어요.”

심지어 그는 열네 살 어린 도희(조윤진 역)와 연인 호흡까지 맞췄다.

“도희 씨가 거리감 없이 다가오더라고요. 체구는 왜소한데 단단하고 호탕한 친구예요. 멋진 파트너였죠. 그 덕분에 솔직하고 편하게 대할 수 있었어요.”

아내의 질투가 없었느냐고 묻자 그는 “전혀 없었다”면서 “오히려 ‘마냥 재밌겠다’며 좋아하더라”고 대답했다.

배우 김성균.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그렇다면 실제 김성균은 집에서 어떤 남편, 어떤 아빠일까.

“극 중 삼천포처럼 서태지의 변기를 가져올 용기는 없어요. 아내를 위해 여행을 함께 다니는 편이죠. 이벤트보다 자주 바람을 쐬러 나가요. 쉬는 날에는 아이들과 자주 나가려고 하고요.”

그는 최근 방송에서 “아내가 임신했을 당시 배우를 포기하려 했다”고 생활고를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그런 고민은 절대 안 할 것”이라며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연기에 전념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성균의 배우 인생에 큰 용기를 준 ‘응답하라 1994’. 이 드라마는 다른 의미로도 그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저에게 아름다운 청춘을 선물한 작품이에요. 대학시절 저는 연극에 빠져 있었거든요. 평생 모르고 지낼 뻔한 ‘청춘’과 ‘낭만’을 경험하게 해준 셈이죠.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에요.”

그에게 이번 작품이 소중했다는 것은 함께 출연한 배우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촬영 때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이 김성균이다.

“정든 고향과 오랜 친구를 보내는 느낌이었어요.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연기 변신에 성공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가 그를 찾고 있다.

“항상 그랬듯 재미있는 작품을 선택해 성실하게 연기해야죠. 잔잔하고 꾸준하게 연기하며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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