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윤일록(오른쪽). 스포츠동아DB
이승기(26·전북현대)와 윤일록(22·FC서울)이 대표팀 홍명보 감독을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홍 감독은 그리스와 원정 평가전(한국시간 3월6일 오전 2시)에 나설 24명의 명단을 19일 발표했다. 사실상 최종엔트리에 가깝다. 이승기와 윤일록의 이름은 없었다.
그러나 포기하기는 이르다. 홍 감독은 “지금부터는 30명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기다”고 밝혔다. 30명은 예비엔트리를 뜻한다. 월드컵 개막 한 달 전인 5월13일경 30명의 예비엔트리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내야하고, 여기에서 최종엔트리 23명이 추려진다. 홍 감독의 머릿속에는 이번에 발탁한 24명 외에 6~7명이 더 들어있다. 24명 중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으면 언제든 교체할 것이다. 이승기와 윤일록은 바로 이 30명 안에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는 앞으로 소속 팀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어필해야 주전 경쟁에서 막판 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다.
시작이 좋다. 시즌 개막을 알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이승기와 윤일록은 한 풀이라도 하듯 득점포를 뽑아냈다.
윤일록이 먼저였다. 윤일록은 25일 센트럴코스트와 F조 홈 1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작년에 줄곧 뛰었던 왼쪽 측면이 아닌 최전방 공격수였다. 사실 윤일록은 진주고 시절 알아주는 골잡이였다. 경남FC와 연습경기에서 2골을 때려 넣어 당시 사령탑 조광래 감독을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윤일록의 골 본능을 믿고 최전방을 맡겼다. 윤일록은 기대에 부응했다. 후반 초반 왼쪽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받아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측면 외에 중앙 공격수로서도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다음 날 이승기의 발이 불을 뿜었다. 이승기는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G조 홈 1차전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서 2골을 작렬했다. 2골 모두 작품이었다. 작년시즌 부상 후유증을 훌훌 털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실 이승기와 윤일록에겐 경쟁자가 만만찮다. 손흥민(레버쿠젠),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마인츠), 이청용(볼턴), 김보경(카디프시티) 등 대표팀의 핵심 자원인 동시에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주전경쟁에서 밀릴 경우 경기감각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을 늘 안고 있다. 이승기와 윤일록이 계속 좋은 기량을 보이면 그 틈새를 뚫고 얼마든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