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어야 산다.’
사회 전반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등장하는 ‘바뀌어야 산다’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을 때, 이를 타계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다? 그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스스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해답이다. 그리고 ‘변화’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고치 속에서 몸을 만들어 나비로 탄생하는 순간을 사람들은 경이롭게 바라본다. 그 스스로 사람은 미완성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사람은 만들어 지는 존재이고, 무엇인가가 되어 가는 존재이기에 ‘변화’를 꿈꾼다.
요즘 노트북은 변화를 꿈꾸고 있다. 이른바 ‘2in1 PC’. 스마트폰, 태블릿PC의 폭발적인 성장에 밀리자, 노트북은 변화를 꾀했다. 노트북 본연의 기능과 성능은 향상시키고, 태블릿PC와 닮은 외형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갈아입은 옷도 다양하다. 화면을 떼면 태블릿PC가 되었다가 키보드를 붙이면 노트북으로 바뀐다. 화면을 돌리거나 세울 수도 있다. 위기 의식을 느끼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체크해 제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PC 시장의 위기론, 위기는 곧 기회다
최근 PC 시장은 줄곧 하락세다. 지난 2014년 3월 4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IDC가 미국에서 발표한 ‘Worldwide Quarterly PC Tracker’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PC 출하량은 3억 1,510만 대로 전년 대비 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전망치인 10.1% 감소폭보다 소폭 증가한 결과지만, 공식적으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해라고 전했다. 이어서 IDC는 올해 전세계 PC 출하량도 전년 대비 6.1% 감소한 2억 9,590만 대를 기록할 것이며, 오는 2018년까지 감소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모바일 PC 즉, 노트북 시장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시장조사업체도 있다. 지난 2014년 2월, 시장조사기관 IHS는 “소비자들이 좀 더 빠르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같은 무선 PC에 눈을 돌리면서, 노트북 시장은 고전했다. 여러 기술 혁신을 이루면서 산업 전반적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전했지만, “하지만 아직 노트북 시장에 대한 희망적인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우선, PC 판매업체들이 배터리 사용시간과 더 향상된 그래픽 성능을 지닌 베이트레일을 탑재한 새 모델의 재고를 늘려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XP 지원을 종료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현재 갖고 있는 낡은 노트북을 버리고 윈도8을 탑재한 새 노트북을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마지막으로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는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포화상태에 다다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PC 역할을 100% 해낼 수 있는 노트북으로 관심을 옮길 수 있다. 지난 2년간 감소했던 노트북 시장은 비록 수년 전처럼 두 자리 수로 증가하지는 않겠지만, 점차 안정되어 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노트북과 태블릿PC, 사용자 경험 차이
일단, 노트북과 태블릿PC의 차이점부터 다시 한번 언급하고 넘어가자. 노트북과 태블릿PC는 엄연히 다른 제품군이다. 두 제품은 무게와 크기 등 외형 디자인부터 다르다. 태블릿PC는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답게 일반적으로 노트북보다 작고 가볍다.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반문하겠지만, 제품 크기의 차이점은 결국 사용자 경험의 차이로 이어진다.
입력 방식부터 따져 보자. 노트북은 물리적인 키보드와 터치패드를, 태블릿PC는 터치와 가상 키패드를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 노트북은 마우스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같은 문서 작성을 두 기기에서 ‘타이핑’한다고 가정하자. 당연히 노트북이 빠르다. 태블릿PC에 블루투스 키보드 등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제품 크기와 무게 등 휴대성의 장점이 일부분 사라진다. 또한 PC의 경험과 태블릿PC의 경험은 전반적으로 ‘다르다’. 노트북은 문서나 이미지, 동영상, 음악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작업하는 생산 도구에 가깝다. 하지만, 태블릿PC는 아직까지 생산보다 소비하는 도구에 가깝다.
범용성, 확장성 등도 차이가 있다. PC의 사용자 경험을 그대로 유지한 노트북은 데스크탑PC의 그것을 그대로 계승한다. 사용하는 프로그램도 그대로 연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익숙하다. USB 포트나 D-SUB, DVI, 유선랜(RJ-45), SD메모리 카드 슬롯 등 주변 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확장성도 노트북이 앞선다.
2in1, 노트북과 태블릿PC의 경험을 담다
노트북이 스스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소비전력을 줄이고 그래픽 성능을 강화했다. 이 같은 프로세서 기술의 향상은 과거 2~3시간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했던 배터리 효율을 하루 종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늘렸다. 바로 울트라북이다. 기준도 만들었다.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릿지)를 탑재했던 1세대 울트라북과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아이비브릿지)를 탑재한 2세대 울트라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최근 4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하스웰)을 탑재한 3세대 울트라북을 선보였다.
3세대 울트라북의 강점은 성능과 배터리 효율이다(사실 울트라북은 이 부분을 꾸준히 발전시킨 셈이다). 기준도 세웠다. 14인치 이하 울트라북은 두께 20mm 이하여야 하고 14인치 이상 울트라북은 23mm이하여야 한다. 또한, HD급 동영상 재생 시 6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최대 절전 모드 시 3초 만에 반응, 터치 스크린 내장 등이다. 휴대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어느 정도 잡아낸 3세대 울트라북은 그야말로 중흥기를 마련했다.
울트라북에 이어 등장한 것이 ‘2in1 PC’다. 2in1 PC는 하스웰을 출시하며 제시한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PC다. 과거 ‘하이브리드 PC’, ‘컨버터블 PC’, ‘스위블 PC’ 등이 2in1 PC다. 2in1 PC는 기존 노트북에 태블릿PC의 사용자 경험을 더했다. 1개의 기기 안에 2개를 담았다는 명칭처럼 ‘노트북+태블릿PC=2in1 PC’라고 이해해도 좋다. 아니, 차라리 그게 편하다.
이미 다양한 제조사가 2in1 PC를 생산 중이다. “탭했다, 북했다”라는 광고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LG전자의 탭북, 화면과 키보드를 분리해 사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 아티브탭 시리즈’, 화면을 뒤로 젖히거나 돌려서 사용할 수 있는 ‘레노버 요가 시리즈와 트위스트 시리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에이수스가 선보였던, 마치 컨셉 제품처럼 상판 양면에 화면 2개를 탑재한 ‘타이치21’도 넓은 의미로 보면 2in1 PC에 속한다.
2in1 PC의 제품 형태는 다양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가지다. 때로는 노트북처럼, 때로는 태블릿PC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PC 업계는 울트라북을 통해 성능과 휴대성을 공존할 수 있도록 시도했고, 이에 대한 성과를 거뒀다. 글쎄. 2in1 PC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제시하고 있는 또 다른 시도임에 분명하다.
물론, 과거 노트북처럼 두껍고 무거웠던 것을 단순히 태블릿PC로 변신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2in1 PC라면 당연히 그 성공은 요원할 것이다. 하지만, 프로세서의 기술 향상을 통해 노트북은 지속적으로 태블릿PC처럼 얇고 가볍게 변화했다. 울트라북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 노트북은 한가지 더 변화를 꾀한다. 글쎄. 아직 결과는 모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변화’는 분명 바람직한 일이지 않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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