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리는 호주 시드니에서 한화 시절 한솥밥을 먹은 대선배 구대성과 조우했다.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두 투수가 스타일은 다르지만 강인한 정신력을 갖춘 것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LA 다저스 류현진. 류현진은 호주에서 구대성(오른쪽 사진)과 만나 기념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사진|동아닷컴DB·류현진 트위터
류현진, 23일 오전 11시 시즌 첫 등판
기억력 좋은 류현진 포인트 기억했다 내것으로
단순함의 대명사 구대성 늘 자기 스타일로 승부
후배 요청에 필살기 체인지업 전수 직접 캐치볼
LA 다저스 류현진(27)은 23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리는 메이저리그 2014시즌 개막시리즈 2차전 선발등판을 앞두고 있다. 미리 호주로 떠난 그는 그 곳에서 호주리그 시드니 블루삭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배 투수 구대성(45)을 만났다. 두 투수의 특별한 인연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데뷔한 2006년에 구대성은 뉴욕 메츠를 거쳐 친정팀 한화에 복귀했다. 프로 선수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류현진은 대선배에게 체인지업을 가르쳐달라고 졸랐고, 구대성은 열의로 가득 찬 후배에게 자신의 그립을 그대로 전수했다. 지금 류현진의 대표적 필살기로 꼽히는 체인지업은 구대성이 놓은 초석 위에서 완성됐다.
한화 정민철 코치. 스포츠동아DB
● 정민철이 귀띔한 구대성과 류현진의 인연
한화 정민철(42·사진) 투수코치는 구대성과 류현진의 인연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산 증인’이다. 당시 두 투수와 함께 한화 마운드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끌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구대성과 류현진의 재회 소식을 접한 정 코치는 20일 시범경기 잠실 두산전에 앞서 “둘의 나이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따로 만나 밥을 먹거나 야구장 밖에서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다. 다만 대성이 형이 현진이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곤 했다”고 밝혔다. 또 “한 번은 현진이가 체인지업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 자리에서 대성이 형이 체인지업 그립을 알려주더니 캐치볼을 했다. 잠깐 캐치볼을 했을 뿐인데 현진이가 금세 받아들였다”고 귀띔했다. 류현진은 신인 때부터 대선배들에게 먼저 다가가 애교를 부리고 장난도 치는 넉살로 유명했지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구대성 앞에선 유독 깍듯하고 군기가 바짝 든 태도를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 ‘단순한’ 구대성과 ‘기억력 좋은’ 류현진, 강철 멘탈의 비결
정민철 코치가 기억하는 구대성과 류현진은 어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의 소유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투수가 나란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투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비결이기도 하다. 다만 미묘하게 다른 점은 분명히 있다. 정 코치는 그 차이를 ‘단순함’과 ‘기억력’으로 구분했다. 정 코치는 “대성이 형은 매사를 아주 단순하게 생각한다. 상대 타자의 강점이나 최근 페이스에 대해 설명하면 충청도 사투리로 ‘됐다 그랴’라고 정리하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투구한다”며 “반면 현진이는 말수가 적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지만 포인트를 정확하게 기억한다. 투구 밸런스도 자신이 좋았을 때의 느낌을 잘 기억해 경기에 맞춰 조절한다. 천부적 능력을 가진 선수다”고 설명했다.
잠실|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