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주년 특집] 양학선 “핸드폰 회사가 신제품 개발하듯 신기술은 정상 지키는 보험이죠”

입력 2014-03-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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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앞에서 정상에 서고 싶다”며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남다른 다짐을 털어놓은 양학선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도마 옆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도마의 신 양학선

스포츠동아가 창간한 2008년 양학선(22·한체대)은 광주체고 1학년에 재학 중인 꿈 많은 학생이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1도쿄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도마 1위를 차지한 그는 마침내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로 그 꿈을 펼쳤다. 특히 가난 속에서도 당당하게 꽃피운 그의 성공신화는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도마의 신’은 ‘효자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며 국민적 영웅이 됐다.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그는 “이번엔 국제대회를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19일 한체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양학선을 만났다.


금메달 부담되지만 당연히 따야죠
신기술 100% 성공할 때까지 연습
효자?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 직업병을 딛고

지난 연말 양학선은 허리 부상으로 3개월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다. 점프의 충격이 고스란히 허리에 전해진 탓이다. 도마 선수에겐 일종의 직업병과 같다. “계속 신경이 눌리고, 그게 누적되니 디스크가…. 오른쪽 다리도 정강이까지 저리더라고요.” 양학선은 평소 남다른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재활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운동을 쉬면서도 처음 한 달 반 동안은 지금 당장 도마를 해도 잘 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두 달 넘어가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세 달째 되니까 괜히 뛰었다가 다칠 것 같은 느낌?(웃음)” 재활을 마치고 1월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체력훈련, 기술훈련을 거치며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3월부터는 종목별로 실전처럼 연기를 하고 있다. 아직 몸 상태가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4월 코리안컵과 5월 대표선발전을 겨냥한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 신기술? “세계 정상 지키기 위한 보험”

자신의 고유기술 ‘양학선(도마를 정면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비틀기)’을 보유한 그는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신기술을 연마했다. 이른바 ‘양학선 2(도마를 옆으로 짚은 뒤 세 바퀴 반 비틀기)’가 탄생했다. 2013앤트워프세계선수권대회에선 신기술을 사용하지 않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기존 기술만 완벽하게 구사해도 세계 1위라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그는 신기술을 실전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저도 갑자기 튀어나온 선수잖아요. 체조는 언제 또 저 같은 선수가 나올지 몰라요. 그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들어놓아야죠. 핸드폰 만드는 회사도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듯이, 저도 1위를 지키기 위해 혁신을 하는 겁니다.” 올해에는 9월 아시안게임에 이어 10월 세계선수권(중국)도 있다. 수준 높은 선수들이 더 많이 참가하는 세계선수권에선 신기술 사용의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물론 부담스럽기도 해요. 굳이 신기술을 안 써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상황인데, 했다가 실수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도 제가 ‘신기술을 뛸 것’이라고 계속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어요. 그래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되니까요. 훈련 때 10번 뛰어서 10번 다 성공하는 수준이 돼야 실전에서 완벽한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 “(리)세광(북한) 형에게는 이길 자신 있어요.”

만약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가한다면, 리세광(29·북한)과의 대결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리세광은 2006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양학선이 등장하기 전까지 아시아 도마의 최강자였다. “국제대회에서 3∼4번 만났고 대화도 종종 했어요. 주로 직업병에 관한 얘기들이요.(웃음) 지금은 제가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예요. 이번에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는데…. 형에게 지지 않을 자신은 있습니다.(웃음)” 4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양학선은 겁 없는 도전자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성을 해야 하는 위치다. “2010년엔 몰랐는데, 지금은 솔직히 부담도 되네요. 국민들도 무조건 금메달이라고 생각하시니까요. 그럴 때마다 저도 ‘그래, 내가 당연히 금메달 따야지’라고 다짐해요. 그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 효자? “부모님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무슨…”

양학선은 지난해 여름 전북 고창에 비닐하우스 대신 번듯한 집을 마련했다.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고생한 부모에게 안락한 집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었다. 그러나 양학선은 ‘효자의 아이콘’이라는 말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머니께서 저를 보고 싶어 하셔도 자주 찾아뵙지를 못하는데 무슨 효자에요. 3주 전에 형이랑 부모님 모시고 6년 만에 가족사진을 찍었어요. 사진 나오면 지갑 사이에 넣어두고, 그거 보면서 힘을 내야죠.” 양학선은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부모님을 초대할 생각에 지금부터 가슴이 설렌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관전하는 경기에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해왔다. “부모님이 국제대회를 볼 기회가 별로 없으셨으니까 더 좋죠. 아버지께서 ‘가축들 밥 줘야 해서 못 간다’고 하셔서 ‘개밥이야 많이 주고 오시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드렸어요. 부모님이 오시면 떨리긴 하지만, 더 잘되거든요.” 도마의 신은 9월 인천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한 특별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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