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 “사생활 공개 후 많은 것 잃어…다시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다”

입력 2014-04-16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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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해결해주고, 또 다독여준다. 그동안 자신을 감추기에 바빴던 이지아가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통해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그는 이제 더 적극적인 소통을 원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이지아,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다

힘들었던 시간 전혀 못 마시던 술로 위안
지금도 떨리지만 편하게 생각하기로 해

어떻게 오해받지 않고 이야기 할까 고민
지극히 평범한 여자란 사실 알아줬으면
앞으로 다양한 작품 통해 대중과 만날 것


‘더는 숨길 것도, 감출 것도 없어서’ 그렇다며 화통하게 웃는다. 연기자 이지아(36). 오랜 침묵을 깨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아픈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듯 자연스럽게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웃으며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으라고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며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짐들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다. 연기자라는 타이틀보다 2011년 4월 결혼과 이혼 등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아주 센 사건 때문”에 잃었던 연기자의 정체성을 다시 찾고 싶어서 대중과 소통하기로 마음먹었다.

2주 전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끝내고,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괜한 엄살을 부렸지만,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고등학생 마냥 한없이 밝았다.


-조금 편해 보인다.

“마음먹은 거니까,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었다. 이제는 숨길 것도 없고, 하하. 예전에는 많이 조심스러웠다. ‘그 일’에 대해 물어볼까봐 두근거렸다. 당시에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거짓말을 못해 아예 더 도망갔다. 지금도 많이 긴장되고 떨리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마음은 많이 편해졌다.”


-말 나온 김에 ‘그 사건’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와서 누군가를 이야기한다는 건 옳지도 않고 원치도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자극적인 타이틀이 달리고, 이슈가 된다. 그냥 팔을 들어올렸을 뿐인데, 이를 피하는 아이는 맞아본 아이다. 내가 그렇다. 지금 나서는 게 맞는 걸까 우려도 있지만,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출연 제의를 받은 SBS ‘힐링캠프’도 생각해보니 내 이야기를 하는 자리 아닌가. 내 이야기조차 말하지 못하고 산다는 건 너무 불공평하다. 그런 의미에서 용기를 낸 거다.”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어떻게 보냈나.

“술! 하하. 솔직히 사건 전후로 주량 많이 늘었다. 술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예전에는 술을 전혀 마시지 못했는데, 많은 위로가 됐다. 아직은 간이 좋은 편인가, 금방 깬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마시고 싶은 술 종류가 다르다. 당시엔 ‘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워낙 사건이 크고 셌으니까. 지금도 문득문득 영향을 받고 있지만, 없던 일이 되지 않으니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로 컴백하면서 당신을 바라보는 관심이 컸다.

“제목처럼 나를 그렇게 볼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피하면 떳떳하지 못하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된다. 또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그릇이 될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오랜만에 활동하다보니 심리적 압박도 컸다. 정말 공백기만큼 부담이 되는 것 같았다. 또 연기 외적으로 말이 나오니까 힘들기도 했다.”


-성형 논란을 말하는 건가.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안면부종이 비정상적으로 심했다. 몸의 밸런스가 깨져 생긴 거라고 하더라. 건강의 이상신호였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봐주지 않았다. 눈썰미가 있는 분들은 알아차렸다. 어느 날은 붓고, 다음날은 붓지 않으니까.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잘못이다.”


-스트레스도 심했겠다.

“대중은 이지아에게 혹독하다. 연기 외적인 것에 대해 방해를 받지 않고 연기를 해야 해 전화번호도 바꿨다.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칭찬도 많았지만, 당시엔 그것조차 힘들었다. 조용히 연기자로 살고 싶었다.”


-당신에 대한 혹독한 시선은 언제쯤 걷어질까.

“정말 그렇게 될까? 대중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은 나를 부러워한다고 하더라.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편으로는 ‘좋은 일이구나’ 생각이 들더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던데,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 이지아’보다 ‘연기자 이지아’로 온전히 비쳐질 때 그렇게 되지 않을까?”


-‘자연인 이지아’는 어떤 사람인가.

“정말 지극히 평범하다. ‘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같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하)석진이가 ‘이지아는 어때?’라며 주위에서 물어본다고 하더라. 부담스럽다. 뭐가 있겠나. 사람은 다 똑같다. 만나보면 실망할 거다. 바보 같은 여자다. 바보 같은 선택도 많이 하는 편이고. 별 것 없는 평범한 여자라고 말하고 싶다.”


-관심사는 뭔가.

“글쎄. 아직은 극중 캐릭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정신 못 차리고 있다. 당분간 맛있는 것 먹고, 빈둥거리고 싶다. 최근 관심사는 인터뷰 아닐까. 어떻게 오해를 받지 않고, 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


-연기자 이지아의 고민은.

“‘태왕사신기’ ‘베토벤 바이러스’ ‘스타일’ ‘아테나:전쟁의 여신’ 등 데뷔 이후 나름대로 대작만 하면서 좋은 코스를 밟아왔다. 하지만 사생활이 공개되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연기자의 경력이나 이미지가 전부 없어졌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지아를 생각하면 어떤 드라마에 출연했는지보다 다른 인물들을 떠올릴 거다. 연기자로서는 속상한 일이다. 이번 작품으로 연기자 이지아를 인정받는 계기가 조금은 된 것 같다. 희망이 보이는 것 아닌가.”


-앞으로 계획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공백기 없이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 하는 것 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면 늙기 밖에 더하겠나. 작품을 통해 대중과 편하게 소통하고 싶다. 공주병 캐릭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 같은, 극심한 공주병에 걸린 여자. 재미있을 것 같다. 또 잘 할 수도 있고. 하하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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