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선수 딸·심판 엄마 ‘최고의 파트너’

입력 2014-04-28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86회 동아수영대회 여자 일반부 접영 100m에서 우승한 안세현(왼쪽)이 27일 어머니 이경숙 씨와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씨는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수영 공부를 하다 심판 자격증을 땄고, 1위를 차지한 딸의 경기에 계시심판으로 나섰다. 울산|전영희 기자

■ 동아수영대회 여자일반부 접영 100m 우승 안세현과 어머니

운동 뒷바라지 하다 심판 자격증 획득
딸 출전경기서 경쟁자 기록 계시 맡아
옆레인서 역영하는 딸 마음으로 응원
딸은 자신의 한국기록 깨고 우승 화답

제86회 동아수영대회(24∼28일)에는 초·중·고·대·일반부에 걸쳐 총 147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은 선수뿐 아니라, 자식을 응원하러 온 학부모들로도 북적인다. 이들은 경기장 복도에 돗자리를 깔고 끼니를 해결하는 불편함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직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심지어 이들 가운데는 자식 뒷바라지를 위해 수영 공부를 하다가 심판 자격증을 딴 학부모도 있다. 26일 여자 일반부 접영 100m 결선에서 대회신기록(59초95)으로 우승한 안세현(19·울산시청)의 어머니 이경숙(46) 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 씨는 이번 대회에서 딸의 경기에 심판으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 딸은 선수로, 어머니는 심판으로!

수영 심판은 계시심판, 반환심판, 영법심판, 착순심판 등으로 구성된다. 출발지점에 위치한 계시심판은 스타트에서의 부정행위 여부를 확인하고, 전광판의 오작동에 대비해 백업장치와 스톱워치로 기록을 측정한다. 반환심판은 턴 과정에서의 부정행위를 살피고, 영법심판은 올바른 영법으로 수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착순심판은 순위를 판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경숙 씨는 26일 여자 일반부 접영 100m 결선에서 4번 레인의 계시심판을 맡았다. 딸 안세현은 바로 옆 5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어머니가 심판을 본 4번 레인에는 안세현의 라이벌 최혜라(23·전북체육회)가 버티고 있었다.


● 어머니 “눈은 4번 레인, 마음은 5번 레인”

안세현은 “관례적으로 심판과 선수는 특별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기 출전을 위해 입장할 때도 옆 레인에 위치한 어머니와는 간단한 눈인사만 주고받았다. 스타트 총성이 울렸다. 안세현은 초반부터 치고나갔다. 50m 지점에서 턴을 한 뒤에도 어머니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결국 새로운 대회기록이 탄생했다. 계시심판은 해당 레인의 선수가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백업장치와 스톱워치를 동시에 눌러야 한다. 선수가 들어오는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방심할 수 없다. 어머니는 딸이 신경 쓰였지만, 심판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이경숙 씨는 “눈은 4번 레인을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딸이 레이스를 펼친 5번 레인으로 향했다”고 털어놓았다. 안세현이 물 밖으로 나온 뒤에야, 모녀는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며 방긋 웃을 수 있었다.


● 한국기록 보유자 안세현 “내 기록의 90%는 어머니의 몫”

안세현은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 58초63의 여자 접영 100m 한국기록을 세웠다. 본인의 종전 한국기록(58초84)을 0.21초 단축한 쾌거였다. 그 공로로 2월 박태환(25·인천시청)과 함께 2013년 대한수영연맹 남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울산은 안세현이 나고 자란 곳이다. 이 지역 수영 꿈나무들에게는 롤 모델과도 같다. 안세현은 “어머니께서 항상 열정적으로 뒷바라지해주셔서 운동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어릴 때는 어머니의 충고를 잔소리라고 생각해 싸운 적도 많았다. 하지만 뒤돌아보면 감사한 마음뿐이다. 내 기록의 90%는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이경숙 씨는 “(안)세현이가 최근까지 장염과 목감기로 고생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부모로서 자식이 항상 건강하기만 바랄 뿐”이라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했다.

울산|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