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형 디젤 승용세단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쉐보레 말리부 디젤. 2.0 디젤엔진과 아이신 2세대 6단 자동변속기의 탄탄한 조합, 가솔린 세단 못지않은 정숙성, 만족스러운 실주행 연비 등을 갖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디젤 승용세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제공|쉐보레
2.0리터 4기통 터보엔진 최고 출력 156마력
유럽 사로잡은 아이신 2세대 6단 자동변속기
조용한 실내…쉐보레 디젤 세단의 단점 보완
고속 연비 15.7km·후측방 경보시스템 눈길
국산 첫 중형 디젤 승용 세단인 쉐보레 말리부 디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3월 출시 이후 5월 초까지 4000대 이상 판매되며 예상 실적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올해 1∼4월까지 말리부의 판매량(4987대)을 살펴보면 전년(3235대) 대비 판매량이 54.2%나 증가했다. 말리부 디젤 모델 출시에 따른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 국산 중형 디젤 승용 세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말리부 디젤을 시승해봤다.
● 수입 유럽 디젤 세단이 부럽지 않은 엔진과 변속기
말리부 디젤은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이 탄탄하다. GM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Opel)이 생산한 2.0 디젤 엔진과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는 아이신(AISIN) 2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엔진은 2014년 워즈오토 올해의 엔진상(Ward’s 10 Best Engines)을 수상한 GM 글로벌 파워트레인의 대표작이다. 변속기 역시 캐딜락(Cadillac)과 오펠 등에 활용되며 부드럽고 세밀한 변속성능과 높은 연료효율성을 검증받았다. 말리부 디젤이 유럽형 주행 감성을 앞세운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이다.
실제 도로주행에서 말리부 디젤에 사용된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의 강점은 곧바로 확인됐다. 전체적으로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을 준다. 유럽스타일의 주행 감성이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이처럼 탄탄한 주행 감성이다. 현대차 쏘나타가 미국 스타일의 부드러운 주행 감각과 안락함을 강조하고 있다면, 말리부 디젤은 보다 단단하면서도 안정적이다. 이 같은 주행 감각의 차이는 자동차를 선택할 때 고려해봐야 할 요소들이다.
● 디젤 세단 특유의 파워 인상적
2.0리터 4기통 첨단 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한 말리부 디젤의 최고 출력은 156마력이며, 최대토크는 35.8kg.m이다. 제원표상으로 자동차의 성능을 살펴볼 때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부분은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구간이다.
말리부 디젤은 1750rpm부터 2500rpm 사이의 실용 주행구간에서 최대 토크를 낸다. 쉽게 말해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주행 영역인 시속 60∼120km 구간에서 최대 토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가속력에 있어서는 저·중·고속 구간을 가리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원할 때는 얼마든지 스포츠 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가속력과 단단한 서스펜션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추월 가속 성능에서는 유럽 디젤차가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주행 안정감이 인상적이었다. 운전할 때 실제 속도보다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자동차들이 있다. 이를 주행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표현한다. 말리부 디젤도 마찬가지였다. 서킷 직선 구간에서 시속 200km까지 속력을 끌어올려도 불안한 느낌이나 가속력의 부족함이 없는 안정감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차를 완벽하게 신뢰하고, 속도를 내고, 코너를 돌 수 있는 이 듬직함이야 말로 말리부 디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말리부 디젤 실내
● 기대 이상으로 조용한 실내
여전히 국산 소비자들은 디젤 승용 세단에 대해 막연하게 실내 소음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솔린 세단만큼 정숙하지는 않지만 엔진 소음이나 정차시 아이들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차이가 크지는 않다. 아우디나 폭스바겐의 디젤 승용 세단만큼 정숙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상쇄할만한 상품성을 지니고 있다.
주행 중에는 가솔린 세단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정숙한 편이다. 말리부의 디젤 엔진은 다중 연료분사 시스템과 최적화된 분사제어를 통해 디젤 엔진 특유의 연소소음을 절제했다. 이전 쉐보레의 준중형 디젤 승용 세단에서 느꼈던 아쉬움들을 완벽하게 보완했다는 느낌이다.
● 공인복합 연비 13.3km … 실주행 연비는 더 높아
많은 이들이 말리부 디젤의 주행 성능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디젤 세단치고는 공인 연비가 낮은 것이 다소 아쉽다는 지적을 한다. 말리부 디젤의 공인 복합 연비는 13.3km다. 수입 디젤 세단 중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BMW 520D의 복합 연비는 16.9km, 폭스바겐 골프 2.0 TDI는 16.7km다. 수입 디젤 세단 때문에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는 데는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주행 연비는 만족스러웠다. 서울 시내 주행 위주로 100km가량 주행 후 기록한 트립상의 연비는 13km를 살짝 웃돌았다. 공인 연비에 딱 근접한 수치다. 외곽 순환도로와 고속도로에서 150km 가량 주행 했을 때는 16km를 상회하는 연비를 기록했다. 연비를 의식하지 않는 스포츠 주행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다.
결론적으로 말해 말리부 디젤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뛰어난 디젤 승용 세단이다. 앞서 단단하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장거리 주행시에도 크게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안락함도 갖추고 있다.
눈에 띄는 편의 장비는 후측방 경보 시스템이다. 차선 변경시 사이드 미러를 통해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이 있으면 경고해준다. 운전을 아무리 잘 하는 사람도 잠깐의 실수로 사고를 낸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히 필요한 기능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충실하다. 인피니티(Infinity) 프리미엄 사운드시스템이 적용되어 있고, 스마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뉴 마이링크(NEW MyLink)가 적용되어 각종 편의 장비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말리부 디젤의 판매가격(자동변속기 기준)은 LS디럭스가 2703만원, LT디럭스는 2920만원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