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도 가슴을 뜨겁게하는 스포츠계의 ‘영웅’ 박지성과 김연아가 나란히 은퇴를 선언했다.
두 사람은 선수생활에 미련을 두지 않고 은퇴를 택했다. 눈물이 아닌 미소로 안녕을 고한 박지성은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한다고 해서) 특별히 후회되는 건 없다. 선수 생활에 미련이 없다. 축구 인생을 즐긴 것 같다. 경력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연아 또한 눈물을 보이긴 했지만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의 눈물이 아닌 모든 것을 이루고 그만둔다는 후련함의 눈물이었다. 오히려 행복해보였다.
한국 스포츠를 환하게 빛내던 두 별은 이제 그라운드에서도 은반 위에서도 볼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의 끝은 또 다른 시작이듯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머물러 줄 두 사람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감사합니다 행복했습니다’
‘그라운드의 캡틴에서 한 가정의 캡틴으로’ 영원한 캡틴 박지성
‘캡틴’ ‘산소 탱크’ ‘두 개의 심장’은 축구선수 박지성을 위한 수식어다.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떠올라 세계적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활약까지. 한국 축구 영웅 박지성은 언제나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의 대기록을 남겼다. 그만큼 24년 간의 플레이는 헌신적이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은퇴를 생각했다. 오랜 시간 생각해 왔다. 무릎 상태가 다음 시즌을 버티기에 상당히 좋지 않다. 다시 팀에 들어가서 경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눈물을 훔치는 부모님과 달리 박지성은 울지 않았다. 그는 “어제까지 눈물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지금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깜짝 결혼발표도 이어졌다. 캡틴의 ‘비타민지’ 김민지 전 아나운서와의 열애 인정 후 1년 만에 결혼발표는 은퇴의 아쉬움을 뒤로 하는 기쁜 소식이었다.
수줍은 표정으로 김민지에게 진심을 고백한 박지성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정말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박지성의 은퇴 기자회견에 깜짝 방문한 연인 김민지 전 아나운서도 “늘 곁에서 응원하겠다”며 “당신은 크리스마스였어요”라며 닭살애정을 과시했다.
영원한 대한민국의 캡틴 박지성
박지성의 축구인생이 담긴 유니폼들
사랑까지 쟁취한 ‘캡틴’은 욕심쟁이! 우후훗!
선수생활 미련이 없어 눈물도 안난다는 ‘상남자’ 박지성
은퇴의 아쉬움? 그런거 없어 ‘이유는 비타민지가 있으니까~’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같은 존재가 된 박지성♥김민지
얼음이 녹아내리 듯 눈물 펑펑 ‘아디오스 그라시아스’ 김연아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김연아. 피겨 불모지에서 영웅이 된 김연아는 지난 6일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공연을 마지막 무대로 17년 간 함께했던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이날 아이스쇼에서는 김연아와 선수들의 ‘겨울왕국’ 무대를 시작으로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는 그녀가 늘 원했지만 보여준 적 없었던 ‘투란도트’의 ‘넷선 도르마(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선보였다.
17년 간 이어온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외롭지 않았다. 스승과 동료, 후배들이 함께했다. 진심 어린 격려의 마음과 고마움과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다. 김연아의 안무가였던 데이빗 윌슨은 “너의 안무가로서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야”라며 극찬을 보냈다. 이 따뜻한 말 한마디에 ‘여왕’ 김연아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동안 보였던 어떤 눈물보다 아름다웠다. 김연아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프로그램과 피날레가 모두 끝나고 (김)해진이가 울더라. 억지로 참았지만 주변에서 많이들 우니까 눈물이 났다. 선수생활이 정말 길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배 선수들은 입을 모아 김연아의 미래를 응원했고 그동안 받았던 기대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편한 마음을 가지길 바랬다. 우리에게 내내 감동을 선물한 김연아에게 현재 휴식이 가장 필요한 삶의 모습일지 모른다. 마지막을 눈물로 적신 그녀의 떠나는 모습은 가장 완벽한 여왕의 모습이었다.
겨울왕국의 ‘엘사’로 변신한 피겨여왕
따뜻하고 아련한 노란의상으로 ‘행복한 이별’을 준비했던 김연아
피겨여왕이 원하던 마지막 무대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은반 위의 아름다운 모습 ‘고마워 연아야’
인생 최고의 친구이자 스승 ‘데이비드 윌슨-김연아’
끝내 눈물흘린 여왕 김연아 ‘눈물까지 아름다워’
외롭지 않은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