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마틴 김 “류현진, 美서 자립할 때까지 돕고파”

입력 2014-05-30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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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김.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미국 진출 2년 째를 맞은 류현진(27·LA 다저스)이 지난해보다 한층 더 강해졌다. 그 흔한 ‘소포모어(2년차) 징크스’도 보이지 않는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총 9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2패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 중이다. 지난 27일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선 7회까지 단 한 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펼치기도 했다.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은 8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토드 프래지어(28)에게 2루타를 맞아 무산됐다. 하지만 미국 현지 언론들은 류현진의 투구에 아낌 없는 찬사와 호평을 쏟아냈다.

미국 진출 첫 해였던 지난해 류현진은 총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빅리그 정상급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 현지에선 류현진의 성적을 두고 ‘우연’ 또는 ‘운’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지난해에 이어 올 해도 호투를 이어가자 더 이상 그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찾아볼 수 없다. 당당히 실력으로 이뤄낸 값진 결과다.

류현진이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투수로 위용을 떨칠 수 있는 것은 그의 노력과 실력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곁에서 통역 업무는 물론 미국 현지생활에도 도움을 주는 든든한 조력자 마틴 김의 존재도 결코 빼 놓을 수 없다.

다저스 구단 마케팅 직원인 마틴 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류현진의 곁을 지키고 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밀려드는 마케팅 업무 때문에 올해는 장거리 원정에는 동행하지 못한다는 것.

동아닷컴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마틴 김을 만나 인터뷰했다. 한국 팬들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와 더불어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마틴 김과의 일문일답.


-올 해도 류현진 선수의 통역 일을 맡게 됐다.

“물론 올 해도 (류)현진이의 통역 일을 하고 있지만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 내가 다저스 구단 직원이기 때문에 통역 일을 돕고 있지만 나 혼자 전적으로 했던 작년과는 조금 다르다. 올해는 현진이가 내 도움 없이도 혼자서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현진이가 이 곳에서 완전히 자립하는 게 가장 좋은 것이다. 게다가 올해는 통역 업무를 도와주는 찰리 김이 있어서 그와 돌아가며 현진이의 통역 일을 돕기 때문에 지난 해와는 상황이 다르다.”


-올해는 ‘류현진이 혼자서도 잘한다’고 했는데 지난 해와 비교하자면?

“수치상으로 표현하자면 지난 해에 비해 내 도움이 50%나 줄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현진이가 혼자서도 잘하고 있다. 물론, 그가 등판하는 날에는 전력 분석과 상대팀 타자들의 자료를 살펴보는 등 내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진이와 함께 있지만 등판하지 않는 날은 거의 각자 시간을 보낼 만큼 이제는 현진이 혼자서도 정말 잘하고 있다. 특히 현진이가 팀원들에게도 먼저 다가서는 등 평소에 야구 외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스프링캠프 때부터 류현진 선수를 봤지만 지난 해와 비교해 정말 편해 보이고 잘하더라.

“그렇다. 현진이가 혼자 노력도 많이 하고 정말 열심히 한다. 현진이가 내 도움 없이 자립할 때까지 곁에서 돕고 싶다.”


-다저스 구단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장차 단장이 되고 싶다는 꿈도 있을 것 같은데.

“(손을 내저으며) 전혀 그렇지 않다. 단장이 되려면 (웃으며) 물론,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먼저 야구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안목이나 야구와 관련된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능력이 없다. 특히 이런 능력은 배우고 싶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 나야 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나는 자격이 없다고 본다. 단장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스포츠마케팅 업무나 비즈니스 쪽의 일을 계속 하고 싶고 그 쪽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애리조나 구단 사장인 데릭 홀도 과거 박찬호(은퇴)가 다저스에 있을 때 그 곳 홍보팀 직원으로 시작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지 않았나?

“물론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구단 고위직은 되고 싶다고 되는 자리가 아닌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타고난 능력이 있어야 된다. 게다가 그런 자리는 책임져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부담도 크고 아울러 성적에 따른 해고 등 위험 부담 역시 큰 자리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아닌 것 같다.”

마틴 김. 동아닷컴DB



-지난 겨울 한국도 방문하고 책도 펴냈다. 많이 유명해져서 평소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

“불편한 점은 없다. 알아봐 주시는 팬들에게 고마울 뿐이고 그럴수록 더 내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 지려고 노력한다.”


-답변이 너무 교과서적이다. (웃으며) 이러면 인터뷰가 재미없다.

“(웃으며) 정말이다. 사실이 그렇다.”


-알겠다. 직접 쓴 책 반응은 어떤가?


“책은 무척 좋은데 반응은 별로인 것 같다. 하하.”


-(웃으며) 위트가 넘친다. 속편도 쓸 생각인가?

“(단호하게) 절대 아니다. 다음에는 영화로 만들 것이다, 하하. 농담이다.”


-류현진 선수와 함께 다니며 겪었던 고충이 있었다면 들려줄 수 있나.

“음식과 관련된 일이 가장 큰 고충이다. 특히 세인트루이스나 밀워키 같은 곳으로 원정을 가면 한국식당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면 중국, 일본, 태국 음식 중 그나마 한국 음식과 비슷한 것을 구해 먹는데 어쩔 때는 이마저도 힘들 때가 있다.”


-류현진 선수의 통역 업무 외에 이런 것도 직접 다 해주나?

“뭐 대단한 일도 아닌데 못할 것도 없다. 현진이가 잘 던질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는가? 하하.”


-한국 팬들이 궁금해 한다. 지난 해 류현진 선수가 국내에서 광고를 많이 찍었다. 하지만 다저스 유니폼을 입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그건 메이저리그 상표권과 관련이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소속팀의 유니폼을 입고 광고에 출연하려면 구단에 유니폼과 관련된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광고비가 매우 높아 때로는 광고에 출연한 선수가 받는 출연료 보다 구단에 지불해야 하는 유니폼 라이센스 비용이 더 많을 때도 있다. 그래서 현진이가 한국에서 광고를 찍을 때 다저스 유니폼을 입지 않은 것이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면 광고주가 현진이에게 준 광고 출연료 보다 다저스 구단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더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쁠 텐데 오늘 귀한 시간 내줘 고맙다.

“별 말씀을. 올 해도 현진이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한국 팬들이 변함없이 현진이와 다저스를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찾아줘서 고맙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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