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옥 “촬영장선 악역 전문, 현실에선 웃음 전문”

입력 2014-06-02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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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옥은 악역을 주로 맡아온 탓에 “무서운 사람일 것 같다”는 대중의 선입견에 시달린다. 그래서 “촬영장에 가면 일부러라도 웃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지만, 그만큼 김병옥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의미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김병옥은 악역을 주로 맡아온 탓에 “무서운 사람일 것 같다”는 대중의 선입견에 시달린다. 그래서 “촬영장에 가면 일부러라도 웃긴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지만, 그만큼 김병옥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는 의미다.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트라이앵글’ 악의 축 고복태 역 열연 김병옥

‘나쁜역할’때문에 선입견 가질때 많아
그래서 내가 먼저 다가가서 웃겨주죠
악역 부담? 그거라도 잘하니까 다행!
사실 로맨티스트도 잘 어울리는데…


배우 김병옥(54). 한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눈빛이다. 짙은 쌍꺼풀의 눈은 무서우면서도 동시에 선한 이미지를 준다. 참으로 묘한 매력을 지닌 눈이다. 이 눈빛으로 만들어내는 캐릭터는 ‘당연히’ 특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잠깐의 등장이라도 대중의 뇌리에 강하게 남는다.

최고의 극단으로 평가받는 ‘목화’ 출신의 김병옥은 20여 년 동안 대학로를 주름잡다 2003년 영화 ‘클래식’과 2008년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를 시작으로 무대를 넓혔다. 그가 출연한 모든 작품이 그랬듯, 현재 출연중인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도 그가 없었다면 ‘가시 없는 선인장’일지 모른다.

김병옥을 두고 흔히 ‘신 스틸러’라고 한다. 그는 “주인공이 아닌 배우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들도 돋보이게 해주기 위한 단어”라고 했지만, 그를 ‘주인공이 아닌 배우’라고 단정 짓기에는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트라이앵글’에서 김병옥이 연기하는 고복태는 주인공 삼형제 장동수(이범수)·허영달(김재중)·윤양하(임시완) 사이를 얽히고설키게 만든다.

“악의 축이 빠지면 상대할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극에 재미가 없어진다. 세 주인공이 트라이앵글의 각 꼭짓점의 위치에 있다면 고복태는 그 가운데에서 이들을 뒤흔드는 존재다.”

그래서 김병옥은 극의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그는 “고복태는 컵에 물이 가득 담겨진 상태다. 부족해서도 넘쳐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에 적당히 힘을 넣어야 한다. 축구선수들이 결정적으로 슈팅할 때 힘이 들어가면 빗나가는 것처럼 힘 조절을 잘 해야 하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김병옥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 입을 조그맣게 벌리고 읊조리는 말투를 사용한다. 또 머리카락의 일부만 염색하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을 시도했다. “주변에서는 펭귄 같다고 하는데 코브라 콘셉트”라고 설명하는 그는 “작품을 위해서는 염색 정도는 기본이라 생각한다. 꺼려지더라도 배역에 도움이 된다면 마다할 것 없다”고 했다.


영화 ‘예의 없는 것들’과 ‘해바라기’에서 각각 성폭행범과 조직폭력배,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살인미수범을 연기했던 김병옥은 ‘나쁜 역할’을 주로 맡아온 탓에 “실제로도 무서울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겼다.

“현장에서 나는 코미디언”이라며 껄껄 웃는 김병옥은 “선입견이 있어서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러 웃긴 얘기를 많이 한다. 난 절대 무서운 사람이 아니다. 재밌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한다.

악역에 대한 부담감을 묻는 말에 그는 “그거라도 잘 할줄 알아야지, 부담감은 무슨”하며 미소를 보인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나도 ‘꽃중년’ 로맨티시스트 역할이 어울리겠지?”

“술이 보약”이라는 김병옥은 낚시도 그에게는 보약이다. 낚싯대를 던져 물고기를 잡는 행동 자체가 낚시의 전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 인생의 의미를 담는다. 성급한 성격은 낚시를 통해 여유를 찾기도 한다.

“낚시는 성질을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차분히 바늘을 꿰어야지 성급했다가는 괜히 바늘에 찔리고 나만 손해다. 고기를 잡지 못했다고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다. 적당히 하고 자리를 뜰 줄 알아야 한다. 중용을 지켜야하는 마인드 컨트롤을 낚시를 통해 배우고 있다.”

연기에 대해서도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바늘이 될지, 못이 될지, 송곳이 될지 모르지만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무쇠를 가는 인생”을 추구하는 김병옥은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연극에서는 어떻게 하면 객석에 꽂히게 할지 고민한다. 드라마는 시청자 귀에 쏙 들어가게끔 노력한다. 연기를 하는데 있어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해야한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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