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는 남자’ 장동건, 그는 ‘아저씨’가 아니었다

입력 2014-06-03 1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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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보니 달랐다. 4년 만에 돌아온 이정범 감독의 영화 ‘우는남자’는 전작 ‘아저씨’와 닮은 듯 닮지 않았다.

‘우는 남자’는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한 킬러 곤(장동건)이 반드시 죽여야 할 모경(김민희)을 만나면서 겪는 임무와 죄책감 사이의 갈등을 다룬 액션 드라마다.

곤이 모경으로 인해 겪는 갈등은 죄책감 혹은 연민 등의 한 단어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곤은 말이 없다.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다. 때문에 ‘아저씨’의 태식(원빈)에게 그랬듯, 곤이 ‘대체 왜’ 모경을 구하려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이 영화에 끝까지 집중하게 만든다.

티저 예고편까지만 해도 이 영화의 예상 스토리는 뻔했다. 주연 장동건은 ‘아저씨’의 원빈 못지않은 대표 꽃미남 배우. 그가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약한 여성이라는 설정도 닮았다. 게다가 ‘아저씨’의 OST(Dear)를 부른 매드소울차일드가 다시 이번 OST에 참여했다. 대중은 ‘아저씨2’를 예상했다.

이를 우려한 듯 이정범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우는 남자’는 ‘아저씨’와는 다른 영화”라며 “‘우는 남자’로만 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장동건은 ‘잘생긴 아저씨’가 아니었다. 감정은 전작보다 드라마틱했고 액션은 흠잡을 데 없이 화려했다.



장동건은 이번 영화에서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4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화려한 액션연기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원빈과는 또 다른 히어로의 탄생을 느낄 수 있다.

눈을 사로잡는 또하나의 포인트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이다. 대낮에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총격신은 압권이다. 수백 발을 아낌없이 퍼붓는 총격전은 통쾌함을 넘어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모경의 직장인 ‘벤츄라 홀딩스’에서 펼쳐지는 최후의 격전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곤이 형제처럼 지냈던 동료 킬러 차오즈(브라이언 티)와 전자기기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맨몸으로 싸우는 장면은 흡사 옥타곤에 오른 이종격투기 선수를 떠오르게 한다.


'홍일점' 김민희의 연기는 어떨까. 그는 능력 있는 펀드매니저지만 속은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문드러진 슬픔을 잘 표현해냈다. 감정을 숨기는 곤과 달리 모경은 갈수록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격한 감정을 쏟아낸다. 기존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난처하게 만들던 ‘민폐 캐릭터’들과 달리 강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청소년 관람 불가. 상영시간 116분. 4일 개봉.

사진제공|CJ E&M-다이스필름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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