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화려할 수 없다’…영화 ‘경주’ 이색 카메오 화제

입력 2014-06-07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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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경주’에 카메오로 참여한 류승완 감독. 사진제공|인벤트디

때로 주연 배우들 못지 않게 관객의 시선을 모으는 유력한 ‘장치’로 보인다.

이름이 지닌 유명세만큼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안겨주는 카메오. 이를 바라보는 관객의 재미가 특별하다.

그 무대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경주’(감독 장률)다. 영화는 주인공 박해일·신민아가 전면에 나서 1박2일 동안 경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상영 시간은 기존 상업영화들과 비교해 다소 긴 2시간30분. 하지만 두 주연 배우가 이끄는 여러 상황의 재미를 받쳐주는 또 다른 배경은 이색적인 직업군으로 이뤄진 카메오들의 활약이다.

스크린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특한 이력의 인물들이 ‘경주’ 카메오로 나선 점이 개봉 전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시선을 모으는 이는 류승완 감독이다.

액션영화 ‘부당거래’ ‘베를린’ 등으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이 ‘경주’에서 소화한 직업은 플로리스트다. 소심하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영화를 채우는 그는 시종일관 화장지로 꽃을 접는 인물로 등장해 소소한 웃음을 만든다.

류승완 감독의 카메오 참여는 ‘경주’의 연줄자인 장률 감독과 맺은 인연과 신뢰에서 이뤄졌다. 장 감독은 류승완 감독을 캐스팅하며 단순한 ‘카메오’가 아닌 ‘배우’라는 면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장 감독은 최근 열린 ‘경주’ 시사회에서 “류승완 감독은 좋은 감독일 뿐 아니라 연기도 잘 하는 배우”라며 “영화가 줄곧 진지하게 진행되면서 류승완 감독이 나오는 장면은 더 재미있게 찍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경주’. 사진제공|인벤트디


반전의 인물은 더 있다.

밴드 어어부프로젝트로 활동하는 가수이자 화가인 백현진. 최근 대외적인 활동폭을 줄인 탓에 대중에게는 얼굴이 친숙하지 않은 그는 덕분에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경주 한 대학의 시간강사로 등장하는 그가 영화에서 줄곧 상대하는 인물은 신민아다. 여럿이 어우러진 술자리 장면을 이끄는 백현진은 만취 상태로 추태를 부리며 급기야 신민아의 허벅지에 손을 얹기도 한다.

백현진과 연기한 신민아는 시사회가 끝난 뒤 “그리 좋지 않았건 기억”이라며 촬영 당시의 상황을 꺼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로 이 장면은 ‘경주’ 촬영 당시 가장 많은 NG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장률 감독은 “신민아가 자신의 다리에 백현진의 손이 올라오는 순간 영화 촬영이란 사실을 잊고 본능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변호사 출신 송호창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도희야’ ‘밀양’ 등을 제작한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이들 역시 취중 연기를 소화하며 영화에 색다른 분위기를 얹는다.

‘경주’ 제작사 인벤트디의 한 관계자는 “영화 캐릭터와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지닌 인물들로 카메오를 섭외했다”고 밝혔다. 감독이나 제작진과의 ‘친분’보다 ‘이미지’에 중심을 둔 캐스팅을 강조한 셈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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