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표 R&B 발라드에 부드러움·우아함 섞다

입력 2014-06-1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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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새 앨범 ‘사랑했으니..됐어’로 돌아온 거미는 팬들과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겠다며 더욱 활발한 만남을 약속했다. 거미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4년 만에 새 앨범 ‘사랑했으니..됐어’로 돌아온 거미

6가지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 노래
“대중이 듣고 싶은 음악 들려주고파
휘성 등 또래가수들 활약 큰힘 됐죠”


“지금, 설레고 있다.”

가수 거미는 4년 만의 새 앨범 ‘사랑했으니..됐어’ 발표를 하루 앞두고 “설렌다”고 했다. 만남을 위한 준비가 정성스러운 만큼 기다림의 설렘도 크다. “준비도 많이 했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4년 만의 앨범에, 소속사를 옮기고 처음 내놓는 작품이어서 욕심도 부릴 법했다. 거미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욕심과 부담을 버리고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앨범 발표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청담동의 한 소극장에서 거미는 새 앨범을 공개했다. 깜짝 놀랄 만한 변화를 시도하거나 자존심을 지키려는 듯한 상업성 강한 음악은 없었다. 대신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거미표 R&B 발라드’에 부드러움과 우아함을 살짝 가미한 듯했다.

타이틀곡 ‘사랑했으니..됐어’는 거미와 데뷔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김도훈 작곡가의 멜로디에 ‘절친’ 휘성이 가사를 썼다. 나지막이 고백하듯 부르다 후반부에 절규하는 드라마틱한 구성이 거미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그룹 JYJ, 설경구, 이정재, 박성웅, 강혜정 등 소속사 식구들이 미리 들어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곡이기도 하다. 자작곡 ‘놀러가자’와 ‘사랑해주세요’, 전해성 작곡의 ‘혼자이니까’, 화요비가 작곡한 ‘누워’ 등 앨범을 채운 6곡은 때론 감미롭게, 때론 처절하게 6가지의 서로 다른 사랑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내 위치에서 해야 할 스타일이 아닐까. 큰 변화를 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옛날 했던 스타일도 아니고, 그 중간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고, 대중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들려드리고자 했다.”

그러나 외모에선 상당한 변화가 느껴진다. 앨범 재킷에서나 뮤직비디오에서 거미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미니스커트를 입은 채 ‘여성미’를 뽐낸다.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해온 그는 이번 컴백을 앞두고 더욱 땀을 흘렸다. 웨이트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을 하루 3시간씩 하고, 웬만한 거리는 몇 시간이고 걸어 다닐 정도로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철저한 식단조절도 불문가지다. 거미는 “노래 분위기에 맞춘 변화일 뿐”이라면서도 “사람들이 나와 내 음악을 좀 편안하게 느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3년 데뷔해 지난 10여년 동안 독보적인 색깔을 가꿔온 거미지만 2010년 미니앨범을 마지막으로 일본 진출에 나서면서 국내 공백이 길어졌다. 그 사이 가요계는 아이돌이 지배하는 환경이 됐고, 아이돌 가수들의 짧은 수명으로 인해 활동 10년차 정도는 ‘중견가수’ 취급을 받고 있다. 스물두 살에 데뷔해 올해 서른 셋, 활동 12년차를 맞은 거미도 “어정쩡한 나이”가 되고 말았다.

“아이돌에 주눅 들지는 않지만 좀 어색하다”는 거미는 자신이 음악방송에 나가게 되면 “흐름을 끊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휘성,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또래들의 활약은 참 고마운 성과라고 말한다.

“친구들이 열심히 하는 걸 보니 좋다. 대중이 반겨 주는 것도 기뻤다. 음악방송 출연이 어색한 나이가 됐지만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힘도 생기고 의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돌아와 “음악을 들려주는 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가리지 않겠다”며 왕성한 활동을 예고한 거미는 “예술성과 대중성이 공존하는 음악, 대중이 공감하는 가수”의 희망을 드러냈다. ‘우리에게는 거미가 있었지’, ‘거미는 괜찮은 가수구나’는 공감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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