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공을 던졌던 롯데 김시진 감독의 팔은 지금 관절이 뒤틀려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의 가족은 “더 어려운 분들을 생각해 참고 살자”며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등급 신청을 포기했다. 스포츠동아DB
장애판정 신청 권유에 단호히 거절
“참아야지…나보다 어려운 분들 많다”
5시즌 동안 1104이닝을 던진 투수가 있다. 한 시즌 평균 220.8이닝이다. 현대 야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록이다. 김시진(56) 롯데 감독이 프로데뷔 첫 해인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삼성에서 세운 기록이다.
이 기간 김 감독은 20승 이상을 두 차례나 달성했다. 1985년에는 25승 5패 10세이브 방어율 2.00으로 삼성의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선발투수가 2∼3회에 무너져 한 팀에서 한 경기에 9명의 투수가 등판하고, 완봉을 물론 완투마저 희귀한 기록인 된 최근 프로야구와는 꽤 거리가 먼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기록 뒤에는 큰 상처가 남아있다. 김 감독의 오른쪽 팔은 똑바로 펴지지 않는다. 팔꿈치 인대가 뒤틀려 굳어져 있다. 프로야구 트레이닝 코치들은 김 감독의 오른팔 상태를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투수 보호와 재활의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던 시절, 에이스라면 선발등판 한 다음날에도 구원등판을 자처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김 감독은 “많이 던진 다음날에는 손이 떨려서 왼손으로 밥을 먹곤 했다. 그래도 승부처가 되면 ‘내일 하루 쉬고 또 선발로 던지면 되지’ 그런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던 시절이다. 팔이 아프면 진통 효과가 너무 강해 살이 타는 것처럼 느껴지는 연고를 듬뿍 바르고 나가 던졌다”며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미소로 추억했다.
팔 관절이 뒤틀려 있지만 김 감독은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 등급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본인도 전혀 생각이 없지만 주위의 권유를 함께 들은 가족도 단호하게 반대했다.
김 감독은 “집사람이 단번에 선을 긋더라. 프로선수까지 한 사람이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다면 더 어려운 분들을 생각해 참고 살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해 크게 공감했다. 주위에서 차량 등 여러 가지 해택이 있다고 권유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마다 세금 더 열심히 내며 살겠다고 답한다”며 웃었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